[고수를찾아서]덤좋아하면‘덤’,세상에공짜는없다…소비자지킴이오승건

입력 2008-07-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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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지갑을 노리는 검은 유혹들. 손놓고 있다가는 잘 생긴 코 베어 가는 줄 모르는 시장의 밀림에서 현명한 소비자로 살아남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오승건 차장은 ‘소비의 전문가’이다. 본인 자신이 돈이 많아 ‘잘 쓰는 달인’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돈을 잘 쓸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그는 말한다. “소비자를 위한 시장은 없다!” -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지? “공짜에 약하다. ‘이동전화 가입하면 김치냉장고가 공짜’ ‘신용카드에 가입하면 최신형 휴대폰단말기가 공짜’ ‘10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10만원권 상품권 증정’ 등 가히 경품의 홍수시대이다. 이런 데에 현혹이 되면 안 된다. 자신이 주도하는 소비를 해야 한다.” - 공짜가 나쁜가?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다. 공짜를 탐내면 나중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경품으로 끝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재수 없으면 경품으로 준 제품·서비스의 할부금이 날아올 것이다. 우리말에 ‘덤’이 있듯 영어에도 ‘덤(dumb)’이란 말이 있다. 바보라는 뜻이다. 공짜 좋아하다가는 바보가 되는 것이다.” -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들이 있을 텐데? “물론 있다. 그러나 악덕 사업자들은 갈수록 지능적이 되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뭔가에 가입했다가 해약을 하고 싶다고 치자. 전화를 하면 ‘담당자가 없다’ ‘내일 해 주겠다’는 식으로 시간을 끈다. 7일, 14일 등 청약철회 요건을 교묘히 비껴가는 것이다. 결국 해약을 하려 하면 그제서야 위약금을 들먹이거나 아예 해약이 안 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 요즘 전화 피싱 사기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정말 다양한 수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피해액도 커지는 추세이다. 특히 납치·사고협박 같은 것들은 아주 위험하다. 과거엔 무작위로 전화를 했지만 요즘은 갈수록 더 치밀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말없이 끊는 일을 반복한다. 그러면 아이는 휴대전화기를 꺼놓게 된다. 이래놓고 부모에게 전화해서 ‘아이에게 사고가 났다며 돈을 부치라’고 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전화를 해볼 것이고 아이의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대범한 자들은 아예 아이의 목소리를 흉내 내 전화를 걸기도 한다.” - 전화 피싱 사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원론적인 대응이 최고다. 상대의 신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상대가 연락처를 밝힐 경우 그 번호가 아닌 114 등을 통해 확인한 번호로 전화해야 한다. 금융기관 전화는 거의 사기이다. 잘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경우가 많다. 금융기관이 개인에게 전화를 해서 인적사항을 물어보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100% 의심하라.” - 인터넷 사기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다른 곳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판매를 한다면 절대 조심해야 한다. 고가 물건을 인터넷으로 구입할 때는 안정성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쇼핑몰 개설 관련 사기가 많다. 일종의 인터넷 다단계 같은 신종사기도 있다.” -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나?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그리고‘지금 당장 계약 안 하면, 지금 안 사면 손해’ 라고 하는 곳에 함정이 숨어있다. 소비의 주도권을 함부로 넘겨서는 안 된다. 충동계약·구매는 늘 후회를 남긴다. 아는 것이 힘이고, 아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다. 물건을 구매할 때는 늘 사전에 정보를 수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황금을 뜻하는 ‘Gold’에는 ‘Old’가 들어있다. 빛나는 재테크는 세월이 만든다. 부단한 노력이 세월에 숙성(Old)되어야 비로소 ‘Gold’로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대박을 노리는 요행성 투기는 눈물의 쪽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오승건 차장이 끝으로 덧붙인 말이기도 했다. 이런 수법에 주의하세요! ① ‘이벤트에 당첨됐다’ ‘홈쇼핑 우수고객으로 선정됐다’며 장뇌삼을 무료로 보내준다고 하더니 대금 청구서가 날아왔다. ② 말쑥한 세일즈맨이 다가와 “어차피 내야 하는 휴대폰요금을 통화권으로 구입해 사용하면 요금도 절약되고 300만원 상당의 내비게이션을 무료로 달아드린다”라고 한다. 한 달만 지나면 속았다는 것을 알고 분통을 터뜨리게 된다. ③ L씨는 매일 1000명에게 영화 관람권 두 장을 무료로 준다는 메일을 받고 해당 사이트를 방문했다. ‘이벤트 마감이 임박했다’는 광고에 초조해져 주민번호와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휴대폰으로 전송받은 승인번호를 눌렀다. 잠시 후 1년 사용료로 3만 3000원이 결제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④ 건강을 미끼로 유혹하는 광고를 경계하자. 특히 국제특허나 완치경험자를 내세우는 그럴 듯한 광고에 속지마라. 완치 경험담을 들려줄 아르바이트생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다. 오 승 건 한국소비자원 홍보차장. 20여 년에 걸쳐 소비자 분야와 미디어 부문에서 일했다. 소비자문제 전문가, 시인, 칼럼니스트, 유머작가, 리더십강사, 재테크전문가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생생한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딱딱한 소비자문제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가공·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소비상식사전 정말 그런거야?’ ‘소비자가 상품을 바꾼다’ 등이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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