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차이나’지구촌성났다

입력 2008-08-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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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이 베이징올림픽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짝퉁대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중국이 개최하는‘자칭 100년 만의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가 우려의 눈길을 보냈지만 뚜껑을 열자마자 ‘역시’로 증명됐다. 중국의 ‘짝퉁 무감증’은 8일 개막식부터 시작됐다. 전 세계 시청자들을 감쪽같이 속인 ‘거인의 발자국 불꽃’ CG조작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붉은 원피스를 입고 천상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목소리로 ‘가창조국’을 부른 여자아이의 노래가 립싱크였다는 사실, 아니 그 보다는 립싱크의 이유가 ‘노래를 부른 아이의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였다는 진실을 알고는 경악을 넘어선 분노의 반응을 쏟아냈다. 개막식의 ‘가면’은 또 있다. 개막식 당일 날씨를 인체와 환경에 해롭다는 역인공강우 기술로 만들어낸 것에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세계의 누리꾼들은 개막식 구석구석을 의심의 시선으로 훑었다. 그 결과 몇 가지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그 중 하나가 올림픽 주제가의 표절의혹이다. 대중국 인권방송 희망지성(SOH)에 따르면 베이징올림픽의 주제가 ‘유앤미(You and me)’가 스위스 출신 밴드 반다리(Bandari)의‘더 웨이 투 헤븐(The way to heaven)’과 유사하다는 것. 이 외에도 주제가가 표절한 원곡이라는 노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중국의 ‘짝퉁정신’은 점입가경의 양상이다.현재 경기장 관중석에는 노란 옷을 입은 ‘짝퉁관중’이 대거 자리를 메우고 있다. 10일에는 미국 부시 대통령이 방문한 베이징 콴제교회의 신도들이 모두 가짜로 판명됐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부시 대통령은 가짜 신도들 앞에서 인권과 종교의 자유에 대해 설파했다. 짝퉁은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9일 한국여자핸드볼 경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위아래가 뒤바뀐 태극기를 흔들어 구설수에 오른 이래 10일에는 수영천재 마이클 펠프스를 응원하던 미국 부시 대통령이 거꾸로 된 성조기를 흔들었으며,개막식에서는 쓰촨대지진 소년영웅 린하오가 오성홍기를 거꾸로 들고 나왔다. 이 국기들은 모두 중국 현지에서 구한 것들로, 물론 모두 ‘짝퉁 제품’들이었다. 올림픽 취재기자단에게 지급되는 프레스키트도 입방아의 대상이다. 휴대용 선풍기, 자외선 차단제, 쌍안경 등 17종의 물품이 담긴 세트 중 FM라디오가 문제였다. 올림픽 공식로고 스티커를 벗기자 난데없는 일본 연예인 여성으로 보이는 사진이 붙어있었다. 이 라디오는 일본의 한 게임센터에서 경품으로 제공하던 중국산 라디오를 재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식 하이라이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리닝은 자신이 운영하는 스포츠웨어 업체 ‘리닝’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는 등 돈방석에 앉게 됐다. 그런데 이 ‘리닝’이란 브랜드가 이전부터 ‘짝퉁 브랜드’라는 혐의를 받아 왔다. 자신의 이름인 ‘리닝의 L’을 길게 늘인 것이라 주장하기는 하나 로고는 보는 순간 ‘나이키’를 모방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이 브랜드의 슬로건은 ‘Anything is possible(무엇이든 가능하다)’. 아디다스의 저 유명한 ‘Impossible is nothing(불가능은 없다)’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 세계인들이 중국에 분노하고 있는 것은 ‘짝퉁’ 자체도 문제지만 그 뒤에 감추어진 ‘중화우월주의’와 ‘목적을 위해서는 어린이의 인권 따위는 무시해도 좋다는 비인간적 발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무감각함과 뻔뻔함’ 때문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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