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방고 에토네(32·카메룬)는 치마를 덧입고 3단뛰기를 했다. 아들 니엘스(2)가 태어난 이후 부쩍 보수적인 사람이 된 그는 노출 심한 경기복 대신 “내가 ‘여자’ 선수임을 나타내는 옷을 입고 싶었다”고 했다. 임신했을 때 즐겨보던 테니스 의상이 영감의 원천이었다.
또다른 이유도 있다. 축구 열기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육상선수로 주목받기 위해서는 화제가 될 만한 무언가 필요했다. 음방고는 “카메룬은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축구선수와 똑같은 이름을 붙이는 나라다. 하지만 내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면서 육상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운동선수가 존재감을 과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승리’다. 음방고는 17일 베이징 궈자티위창에서 열린 육상 여자 세단뛰기에서 15m39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그가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따낸 3단뛰기 금메달은 카메룬의 첫 개인종목 금메달이었다. 그리고 이 날의 금메달은 두 번째가 됐다. 카메룬의 통산 금메달 수는 2000시드니올림픽 남자축구까지 포함해 총 세 개로 늘었다.
음방고는 아테네 이후 한동안 육상계의 레이더망을 벗어나 있었다. 못다 한 공부를 하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사이 체중은 끊임없이 불어났다. 하지만 2008년이 다가오자 서서히 피가 끓기 시작했다. 결국 지옥같은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여동생 헬레네는 트레이닝 조교 노릇을 했고, 니엘스는 “브라보, 엄마”라는 말을 먼저 배웠다. “30kg이 넘게 살을 뺐다”는 그는 지금 63kg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실력은 체중과 반비례했다. 음방고는 3월에 컴백을 선언하면서 “14m50을 뛰지 못하면 그만 두겠다”고 했다. 올림픽 직전에 열린 대회에서 그는 14m95를 뛰었다.
비결은 몸보다 마음에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 출신 여자 선수는 남들보다 좀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유럽 선수들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나는 스폰서나 훈련 지원 없이 내 힘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전을 고집한 이유? “전 세계 역사에 나의 이름, 나의 국가, 나의 대륙을 새겨놓고 싶어서”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