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승부터금메달까지]가슴졸인드라마…日두번꺾어‘기쁨두배’

입력 2008-08-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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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미국전(8-7 승) 퍼펙트 금메달의 징조가 나타난 경기였다. 8회말까지 6-4로 앞서 무난한 승리가 예견됐지만 9회 마무리로 등판한 한기주가 홈런 포함 3실점, 역전패 일보직전까지 몰렸다. 절박한 9회말. 정근우 대타 작전이 적중했고, 미국 수비진의 실수로 동점에 성공했다. 이종욱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극적으로 마무리. ○14일 17일 중국전(1-0 연장 11회 승부치기 승) 당초 낙승이 예상됐지만 6회 도중 비로 인한 서스펜디드게임이 선언되기까지 0-0 진땀승부가 이어졌다. 17일 속개된 경기에서도 한국 타선은 점수를 못 뽑다 11회 연장승부치기까지 돌입했다. 11회초 수비를 중국 3루주자의 리터치 실수로 넘어간 한국은 11회말 1사 2,3루에서 터진 이승엽의 끝내기 좌전안타로 결승점을 냈다. 중국야구의 성장을 실감한 경기이기도 했다. ○15일 캐나다전(1-0 승) 류현진의 류현진에 의한 류현진을 위한 경기였다. 류현진은 9이닝 동안 127구로 캐나다를 셧아웃 시켰다. 3회 터진 정근우의 1점 홈런이면 족했다. 류현진은 유일한 위기였던 9회 2사 만루를 중견수 플라이로 끝냈다. ○16일 일본전(5-3 승) 독도 문제로 심기가 불편한 한국 국민에게 전하는 통쾌한 한일전 승리였다. 숱하게 시달려온 좌완투수 콤플렉스도 깼다. 이대호는 와다 상대로 동점 2점 홈런을, 김현수는 9회 이와세 상대로 역전 결승타를 터뜨렸다. ‘불의 신’ 한기주의 방화로 9회 2,3루 위기까지 몰렸지만 권혁-정대현의 마무리가 완벽했다. 위장오더 앙금을 되갚은 경기여서 더 짜릿했다. ○18일 대만전(9-8 승) 8-0으로 이기던 경기가 8-8까지 밀렸다. 대역전 위기에서 부상 교체된 진갑용 대신 출장한 강민호의 7회 적시타로 결승점을 냈다. 한기주는 2.1이닝 2실점을 하고도 승리투수가 됐지만 그의 마지막 경기였다. ○19일 쿠바전(7-4 승) 조 1위 결정전이었지만 쿠바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에 의외로 쉽게 풀렸다. 0-3으로 뒤지다 4회 대거 5득점, 흐름을 바꿨다. ○20일 네덜란드전(10-0 8회 콜드게임 승) 유일하게 마음 편히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4강전 거사를 앞둔 워밍업이기에 투수는 장원삼 1명만 소모하고 끝냈다. 이대호는 올림픽 3호 홈런을 터뜨렸고 16안타가 쏟아졌다. ○22일 일본전(준결승전 6-2 승) 한일야구의 희비가 엇갈린 역사적 승부는 8회에 결판났다. 0-2로 밀리던 한국은 후지카와-이와세로 짜여진 일본 최강의 불펜진을 붕괴시켰다. 8회말 1사1루 2-2 동점에서 터져 나온 이승엽의 홈런은 불멸로 기억될만한 클러치 히팅이었다. 김광현은 8이닝 2실점투로 선발승을 따내 뉴 일본킬러로 자리매김했다. 이 승리로 올림픽 사상 첫 결승에 오른 한국은 목표했던 메달을 확보해 병역면제 혜택을 보장받았다. 이 패배에 충격 받은 일본은 3-4위전(미국전)마저 패해 동메달조차 따지 못했다. ○23일 쿠바전(결승전 3-2 승) 한국야구 100년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승리였다. 4번타자 이승엽은 1회 2점홈런을 터뜨렸고, 선발 류현진은 8.1이닝 2실점(123구)의 초인투를 펼쳤다. 명승부의 백미는 9회말 한국 수비. 주심의 오락가락 볼 판정 탓에 1사 만루까지 몰렸다. 포수 강민호는 퇴장당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진갑용이 마스크를 썼다. 투수도 정대현으로 교체됐다. 절체절명의 순간 정대현은 쿠바타자 구리엘을 유격수 땅볼 유도했고, 2루수 고영민을 거쳐 1루수 이승엽으로 이어진 완벽한 병살 플레이가 이뤄졌다. 대한민국 야구의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은 이렇게 기적처럼 완성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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