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프리토킹]스피드시대…‘제2매덕스’는없다?

입력 2008-08-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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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영, 월터 존슨, 봅 펠러, 샌디 쿠팩스, 놀란 라이언, 톰 시버, 로저 클레멘스, 랜디 존슨, 조시 베켓, 저스틴 벌랜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실제 구속이 어쨌든 당대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들이다. 이들 강속구 투수들은 관중들의 환호를 들으며 꾸준히 그 명맥을 이어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고,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떨까? 크리스티 매튜슨, 글로버 알렉산더, 칼 허벨, 류 버넷, 후안 마리칼, 퍼기 제퍼슨, 밥 툭스베리,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이들의 이름을 거론됐을 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단어는 바로 ‘컨트롤’이다. 자신이 가진 구종을 볼카운트와 관계없이 던지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던지는 컨트롤은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기간 뛰고 있는 최고의 무기이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 면도날과 같이 날카로운 컨트롤을 주무기로 타자의 힘을 빼는 선수들이 보이질 않고 있다. 젊은 투수가 메이저리그에 나타나고 그리 빠르지 않은 구속, 하지만 나름대로 정교한 컨트롤과 구속 변화로 쉽게 범타를 유도하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미디어는 쉽게 ‘제2의 매덕스’, ‘글래빈 키즈’등으로 얘기하며 이 선수에게 흥미로운 시각을 보낸다. 그렇지만 이들의 싹수는 순간에 그치고 꾸준히 이런 명맥을 잇는 투수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메이저 리그에서 23년째 뛰고 있는 매덕스의 9이닝당 평균 볼넷 허용 개수는 1.81개이다. 매튜슨의 경우는 1.59개 밖에 되지 않는다. 최소한 이들에게 있어 볼넷으로 인한 실점은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 시즌을 기준으로 선발 투수 중 9이닝당 최소 볼넷을 기록한 투수는 현재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의 카를로스 실바로 0.43개의 비현실적인 수치를 지난 2005년에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 해 실바는 3.44의 방어율로 리그 평균 수치보다 1점 정도나 낮았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9승8패에 그쳤다. 통산 수치도 9이닝당 1.62개로 현역 투수 중 가장 볼넷을 내주지 않은 투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바를 위의 범주에 들어가는 ‘컨트롤의 아티스트’로 꼽질 않는 것은 위의 투수들이 단순히 볼넷만 허용하지 않는게 아니라 그 이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볼넷 뿐 아니라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투구로 안타 치기도 쉽지 않았던 진정한 마법사들만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모든 투수가 150km를 쉽게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질 수 없다면 이들이 프로 세계에서 버틸 수 있는 그 무언가는 반드시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 무언가에 컨트롤과 구속 배합으로 살아남는다는 얘기를 너무 쉽게 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최고 구속 152km를 던지고 평균 직구 구속 146km를 던지며 날카로운 슬라이더나 커브를 주무기로 타자의 눈을 현혹하고 120km 전후의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유인하는 유형의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균 투수 모습이다. 이런 투수 중 조금 더 다양한 레퍼토리와 더 정교한 컨트롤을 갖춘 투수가 두자리 승수를 올리며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여기에 구속 등이 플러스 되면 성적 역시 플러스 알파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구속 등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수가 오랜 기간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히 컨트롤, 구속 변화, 경기 운영, 수비, 견제, 볼배합 등에 더욱 강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이런 모습을 두루 갖춘 투수들이 탄생하기가 더욱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한 컨트롤의 강속구 투수가 컨트롤까지 갖추는 모습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젊은 투수 중 정말 이 선수는 뛰어난 커맨드로 일정 기간 이상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겠다 싶은 투수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가 어렵다. 척 제임스, 제레미 사워스, 케빈 슬로위, 쟈크 듀크 등과 같이 데뷔 시절 뛰어난 컨트롤로 눈길을 끌고 심지어 빠른 성공으로 다시 ‘제2의 매덕스’ 등의 칭호를 들었던 투수 중 꾸준히 그런 성공을 이끌며 커맨드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투수는 찾아볼 수 없는게 현실이다. 그나마 이들이 아직은 젊은 나이이고 가능성을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가 될 수 있다. 데뷔 시절과 전성기의 매덕스는 150km에 근접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단 그는 자신에게 최고의 무기는 초구 스트라이크라고 말할 정도로 컨트롤에 입각한 투구를 했고 이를 완벽에 가깝게 완성시켰다. 통산 351승을 거둔 투수가 쉽게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투구의 로케이션을 주무기로 타자를 울리는 투수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다. 젊은 투수들이여! 구속이 전부는 아니니 맞혀 잡는 투구로 가겠다는 얘기는 쉽게 하지 말지어다. 그 경지는 빠른 볼에 내 공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투수가 재탄생하는 것 이상의 노력과 땀이 수반되야 할지니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의 말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진정한 투구의 예술을 팬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주기를 기대한다. 송재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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