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바둑돌은‘돌’이다

입력 2008-09-09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오늘날처럼 정교한 바둑돌이 나오기 전, 옛 사람들은 어떤 돌로 바둑을 두었을까? 우문이다. 왜냐하면 질문 속에 답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바둑을 ‘돌’로 두었다. 즉, 하얀 돌과 까만 돌을 주워다가 적당한 크기로 둥글게 갈아 바둑돌을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강가에 나가면 바둑돌로 쓸만한 조약돌들이 부지기수이다. 고문헌에 따르면 경남 기장군의 한 지역이 바둑돌로 유명했다. 언젠가 취재를 겸해 방문한 그곳에는 지금까지도 바둑돌로 쓸만한 돌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개 중 몇 개를 주워서 개인 바둑통 속에 담았다. 가끔 바둑을 두다보면 조개알 속에서 돌 바둑알이 잡힐 때가 있다. 그 손맛이 또 남다르다. 세련된 조개알도 좋지만 조약돌 바둑알은 독특한 운치가 있다. 게다가 친환경적이다. 형세가 좋은 김기용이 <실전> 백1로 밀고 들어가는 실수를 저질렀다. <해설1> 백1·3으로 정리했으면 알기 쉽게 이기는 바둑이 아니었을까? 실수는 실수를 부르고 악수는 악수를 잉태한다. <실전>백1부터 3·5가 모두 패착이다. 백5는 <해설2> 백1로 연결하는 것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물론 김기용이 이 수를 보지 못했을 리는 없고, 흑2로 중앙에 흑집을 크게 내주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막상 <실전> 흑8로 패를 들어오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역전분위기. 결국 이 바둑은 상변 백이 죽으면서 허망하게 종국되었다. 선조들은 경치 좋은 곳 바위에 바둑판을 새겨놓고(이건 친환경적이라 보기 어렵지만) 조약돌로 바둑을 두었다. 느긋하고 아름다운 정경이다. 바둑이 ‘신선놀음’인 것은 정말 신선처럼 놀았기 때문일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