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근본부터뜯어고친히딩크를닮아라’

입력 2008-09-11 05: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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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한국 축구선수들은 너무 예쁜 축구만 해왔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2001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던 거스 히딩크(62) 감독이 위기에 빠 져 있던 한국축구의 문제점을 진단한 뒤 던진 말이다. 사실 한국축구는 히딩크 부임 전 혈 연과 지연 관계에 의해 선발된 선수들로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근근이 유지해왔지만, 정작 국제무대에서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거친 몸싸움과 빠른 공수전환으로 대변되는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의 축구 스타일에 비해 아시아 축구는 그 동안 몸을 사리는 축구로 세계 축구계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히딩크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한국축구의 폐단을 뿌리 뽑기 위해 혁신적인 훈련을 도입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아시아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체격조건을 갖춘 유럽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 특히 문전 앞에서 더욱 거칠어지는 몸싸움에서 승리해야만 많은 골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거친 몸싸움을 극복하고 상대 문전까지 침투했을 때 이를 막기 위해 많은 수비수가 볼 중심으로 시선이 집중되는 사이 빈 공간을 활용하라는 전략이었다. 또 히딩크는 중원의 강한 압박을 이용한 공격과 빠른 공수전환을 주문했다. ′뻥′ 축구로 확률 낮은 축구보다는 미드필드 장악을 통해 골을 넣을 때까지의 과정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스리백(three-back)을 사용하면서 5명의 미드필더를 배치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빠른 공수전환이야 말로 상대를 뒤흔들 수 있는 핵심 키워드로 뽑으며 가장 기본이 되는 강한 체력 다지기에도 주력했다. 피지컬면에서 완성을 이룬 히딩크는 마지막으로 강한 정신력을 꼬집었다. 강호들에게 패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되어버렸던 선수들을 패배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격려한 것. 이기는 축구를 해야만 이기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게 0-5로 크게 패한 충격과 2000년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벌인 대표팀에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히딩크는 "우리는 하루에 1%씩 발전하고 있다"며 성공을 예감했다. 그리고 1년 뒤, 한국은 2002 한일월드컵 4강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이룩했다. 단순한 겉핥기식의 개편이 아닌 근본부터 뜯어 고치는 단행을 펼친 성과였다. 한국축구는 2002년의 히딩크와 같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허정무호는 10일(한국시간) 중국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예선 북한과의 1차전에서 90분 동안 답답한 축구로 일관하며 간신히 1-1로 비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허정무호는 2002년 히딩크 사단과 비교했을 때, 모든 면에서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히딩크가 한 단계 끌어 올린 기술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에서 퇴보하고 있기 때문. 전술과 골 결정력 부재로 시원한 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있고, 선수들의 투지 또한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베이징올림픽 감격적인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에 비해 축구는 8강 진출 탈락으로 팬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허정무호가 역대 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팬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선, 2002년 근본적인 문제부터 되짚었던 히딩크와 같은 사고력이 요구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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