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커스티“시댁서술먹을거에요,소주좋~아요”

입력 2008-09-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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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수다1호며느리,크리스티나·커스티의추석맞이
연휴가 아무리 짧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며느리라면 거부감으로 다가오는 단어, 바로 ‘명절 증후군’. 민족 대명절 추석을 목전에 둔 요즘, 한국에 사는 KBS2TV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 출연 며느리들도 할 말이 있다며 나섰다. 바로 한국 남성과 결혼한 ‘미수다’ 공식 1호 며느리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28·이하 크리스티나)와 공식 2호 며느리 커스티 레이놀즈(27·이하 커스티). 특유의 느리고 우아한 말투로 ‘여자 앙드레’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 크리스티나는 지난 해 12월 성악을 전공한 김현준 씨(30)와 결혼한 이후 올해 첫 추석을 맞이했다. 2005년 10월 밀라노 가톨릭 대학원에서 국제법 석사를 받고, 그 무렵 유학중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들어와 현재 안양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서울 강남 역삼동 글로벌 빌리지 센터장과 9월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태리어과 강의를 맡고 있다. 남희석이 결혼식 주례를 맡아 화제를 모은 호주 미녀 커스티도 올 2월 동갑내기 이현진 씨(27)와 백년가약을 맺고, 결혼 후 첫 추석을 맞이하는 새댁이 됐다. 7년째 한국 생활에 접어드는 그녀는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서울 주한호주대사관에서 무역 관련 업무를 맡아 풀타임으로 근무 중이다. 갈색 눈의 새댁 크리스티나와 금발머리 새댁 커스티는 강남의 한 한복집에서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한국에서 외국인 며느리로 살아가는 법을 두고 수다 한판을 벌였다. - 한복을 입은 느낌은. (크리스티나·이하 크) “한복 좋아해∼요. 입으면 공주가 된 것 같아요. 특히 핑크 너무 좋아∼요. 그래서 결혼할 때 두 벌 했어∼요. 어릴 때 늘 공주스타일이라고 생각했던 큰 치마에∼. 어머님(시어머니)은 한복 많∼아요. 가끔 어머님 한복 꺼내 입고 사진 찍어요.” (커스티·이하 커) “폐백할 때 입어봤어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기자에게 명칭을 확인하며)족두리? 그건 왜 쓰는 거예요? 외국 친구들이 결혼사진을 보고 물어봐요. 너 왜 머리에 집을 올려놓았니? 왜 결혼할 때 한국에서는 머리에 집을 올려놓나요?(웃음)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의 젊은 사람들이 아쉬운 점은 정작 자신들의 전통에 별로 관심이 없는 거예요. 예쁜 전통을 두고 특히 서양식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 각자의 고향엔 추석의 개념이 있나. (크·커) “우리 둘 다 가톨릭 계열 국가라서 추수감사절 보다는 이스터(Easter)라는 부활절과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이에요. 부활절에는 크고 작은 귀여운 모양의 초콜릿을 먹고 피크닉을 가기도 해요 크리스마스에는 가족과 충분히 보낼 수 있도록 휴일이 길어요.” - 한국에서는 추석에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다. 혹시 빌고 싶은 소원이 있나. (커) “우리나라에서는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요. 소원 있지만 말하면 안돼요.” (크) “위시(wish)는 말하면 위시(wish) 안되요.” - 이번 추석엔 무엇을 할 예정인가? (커) “토요일 밤에 시부모님 집에 가서 잘 거예요. 일요일엔 작은 아빠, 작은 엄마, 남편의 누나, 남편 누나의 예비 신랑 모두 모여서 고기 구워 먹고 술 마셔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호주산 고기(웃음). 작은 아빠가 맥주 한 박스, 소주 한 박스 사올 거예요. 작은 아빠가 특히 좋아요. 한국 역사, 전통, 정치 이야기 많이 해줘요. 재미있는 분이에요.” (크) “집에서 음식 만들고 한복 입고 싶어∼요. 아마 손님이 올 거예요. 음식은 잘 못해요. 도와주는 거∼ 해요. 아! 약과 먹고 싶어∼요. 많이 먹고 싶어요. 집에서 사진 찍고, 호박 자르고, 예전에 호박전 도와줬어요. 다른 전도 (도와준 적)있어요.” - (송편을 처음 빚어본다는 그녀들에게 반죽과 빚는 법을 가르쳐 주며) 한국에서는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 속담이 있다. (커) “우리는 송편 예쁘게 못 만들어도 괜찮아요. 우리 아이는 혼혈이라 예쁠 거예요. 원래 혼혈 아이들이 예쁘잖아요.”(웃음) (크) “맞아∼요” - 한국 며느리로 살면서 힘들 때는? ‘시집살이’ 느낀 적 있나. (크) “밥을 먹고 있는데도 어머니가 ‘먹어 먹어∼’ 그럴 때. 그리고 나서 바로 ‘또 먹어’라고 할 때. 시집살이?·잘 몰라요. 우리 어머니는 특별하고 똑똑해요. 항상 행복해요. 재미있는 얘기 많아요.” (커) “냉장고 열면 시어머니가 나타나서 ‘뭐 줄까요?’ 밖에 나가려고 하면 시아버지가 나타나 ‘우산 있어요? 비올 것 같아요’라고 해요. 깜짝 놀라요.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남편 가족이 잘해줘서 별로 힘들지는 않아요. 단지 호주는 땅도 넓고 집도 넓어서 집에 같이 살아도 개인 공간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파트에 4∼5명이 모여 살아야 해서 불편해요. 그리고 한국 도시엔 자연이 없어요, 호주는 나무, 숲도 많고 하늘도 파랗고 공기도 좋은데 서울은 그렇지 않아요.” - 한국 남자의 아내로 사는 불편함은. (커) “남편이 친구와 새벽 늦게까지 술 마실 때. 내 생각에는 저녁 7시 정도에 만나서 새벽 1,2시에 끝내면 좋겠는데 왜 꼭 밤 11시에 만나서 새벽 5시까지 만나는지 모르겠어요. 짜증날 때 있어요.” (크) “이태리 남자는 로맨틱하고, 만나면 스킨십 많아∼요. 우리 남편도 이태리에서 스킨십 많았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집에서 스킨십 많아요. 밖에서 잘 안 해∼요.(인터뷰 내내 크리스티나의 서툰 한국말을 도와주며 옆을 지키던 남편이 처음으로 얼굴을 붉혔다.) - 추석은 한국에서 모처럼 가족이 모이는 명절인데 고향과 가족 생각은 안나나. (커) “엄마가 맹인이시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랐어요. 지금 87세, 86세시기 때문에 언제 건강이 나빠지실까봐 걱정 되요. 자주 전화 드리고 1년에 2번은 찾아뵈려고 노력해요. 엄마와는 매일 통화해요. 앞이 안 보이는 엄마는 저와의 전화 통화를 즐거워해요.” (크) “저도 여름에 한번, 크리스마스에 한번, 1년에 꼭 두 번은 이태리에 가서 남편과 함께 가족들을 만나요.” - 2세 계획은 언제? 어른들이 아기 이야기 안하는지. (커) “3년 뒤에 낳을 거예요. 더 빨리 낳으라고 하셔도 할 수 없어요. 제 인생이니까요.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 갖고 싶어요. 부모가 자리를 못 잡은 상태에서 아이를 먼저 낳으면 힘든 상태로 있어야 하잖아요. (경제적으로)좋은 상태에서 태어나도 인생은 그냥 힘들어요.” (크) “저도 3년 뒤에 낳고 싶어요. 전 아들 둘 좋아요. 남편은 딸 둘 좋아요. 어떻게 될지는 낳아야 알겠어∼요. 남편이 키가 작아서 아들 낳으면 우리 남동생처럼 키가 컸으면 좋겠어요. 우리 남동생 키는 185cm에요. 목소리는 (성악하는)남편 닮으면 좋겠어요.”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한복·장소제공|박술녀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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