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바둑과야구는닮았다

입력 2008-09-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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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기력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적어도 호선의 바둑이라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일은 흔치 않다. 바둑판 위에서 오랜 승부생활을 해 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누구에게도 세 번의 기회는 있다”라는 것이다. 천하의 이창호·이세돌과 둔다 해도 이쪽에게 세 번의 기회는 온다는 얘기이다. 한 프로기사는 ‘계가 대신 행마를 믿는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일일이 중간 계가를 머리 아프게 하지 않아도 “내가 둔 행마에 잘못됨이 없다면 형세는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불리하지 않다면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우세한 바둑을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둑을 인생에 비유하는가 보다. 한 인간의 삶을 통틀어 적어도 운명은 세 번의 노크를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바둑은 야구와 많이 닮았다. 스포츠치고는 게임성이 강하다는 점, 한 번 흐름을 타면 순식간에 대역전이 가능하다는 박력이 그렇다. 포석(선발)과 중반전투(중간계투), 끝내기(마무리)의 3분할도 묘하게 닮았다. 복기가 가능하다는 것도 유사점이다. 야구는 경기가 끝난 뒤 선수는 물론 팬도 게임을 복기할 수 있다. 바둑도 대국자와 관전자 모두 대국에 대한 복기를 할 수 있다. 다른 어떤 종목보다 기록이 잘 남아 있고 세분화 되어 있다는 점도 공통의 장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는 만큼 재미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많이 알면 알수록 더욱 재미있는 것이 바둑과 야구다. 야구팬들 중에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궁금하다. <실전> 흑1이 이상했다. <해설1> 1이 어땠을까? 백이 6으로 귀를 산다고 해도 흑이 나빠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아마 이 바둑은 흑이 이겼을 것이다. <실전> 흑9도 마찬가지(7-▲).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해설2>의 변화라면 역시 흑이 유리한 바둑이었다. 우상귀를 건드린 탓에 <해설1>보다는 흑이 손해지만 그래도 이렇게 두어야 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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