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프린스’의희망비타민“싸요!싸”…뮤지컬‘총각네야채가게’

입력 2008-09-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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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씹어먹는배짱과젊음…좌절?겁안나요”
밥상에 꼭 올라가는 배추김치의 시큼한 맛과 국물 맛을 깊게 우려내는 하얀 무처럼 알싸한 맛을 뽐내는 야채 프린스들∼ 바나나 상자를 쌓고, 오징어 좌판을 늘어놓으며 이름하야 ‘총각네 야채가게’를 개업했다. ‘세계최초유기농뮤지컬’이라는 특이한 부제를 달고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는 실화를 토대로 한 대학로 창작뮤지컬이다. 현재 33개의 체인점이 있는 동명의 상점 이야기를 뮤지컬로 옮겼다. “바로 그 1%의 마음을 잡으란 말이야. 다들 일을 그만두고 싶은 49%의 마음과 일을 하고 싶은 51%의 마음이 항상 교차해. 그렇지만 (50%를 기준으로 했을 때) 1%가 스스로를 잡아주는 힘이 되는 거야”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만큼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를 눈여겨볼 만하다. 역경 돌파, 우연히 길에서 만난 범상치 않은 인생 스승, 과업을 도와주는 반려자 등 주인공을 둘러싼 극적 요소가 다 들어 있다. 평범함 속에 스며있는 비범함의 감동을 인물을 통해 그려냈다. 맛을 보겠다고 무턱대고 과일에 칼로 흠집을 내는 바람에 서울 가락동 도매상인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젊은이, 그래도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상인들을 찾아가 끝끝내 지지를 얻고 마는 뚝심의 사나이 ! 총각네 야채가게는 극 중 캐릭터의 용기 있는 인생철학을 장사꾼들의 입담과 몸놀림으로 유쾌하게 풀어간다. 실직이나 취업 문제로 절망의 수렁에 빠진 독자,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져 거푸 담배나 술잔만 집어 드는 독자라면 얼른 공연장에 달려가 보자. “매일 매일 맛있게, 매일 매일 즐겁게∼” 극 중 노래도 따라 부르며 ‘뮤지컬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다. 공연 중간 중간 바나나, 파인애플, 오징어 등 먹을거리를 관객들에게 가득 안겨준다. 싱싱한 과일 덕분에 배불리 즐거운 에너지를 듬뿍 쐬고 돌아올 수 있다. 배우들이 맨 뒷좌석까지 음식을 건네지 못하기 때문에 앞자리에서 공연을 보면 더 좋다. 바나나는 과일의 끝 부분에 검은 반점이 있어야 싱싱한 것이라니 꼭 확인하고 받자. 마른 오징어는 다리 열 개가 각각 벌어져 있어야 싱싱한 것이란다.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실수를 할 리 만무하지만, 다리가 척척 들러붙어 있는 오징어를 선물 받으면 그냥 돌려주자. ‘총각네 야채가게’는 창업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 ‘총각네 야채가게’(거름)나 ‘27살 닭꼬치 처녀의 성공기’(국민출판사) 등 비슷한 소재의 책과 함께 감상해도 괜찮다. 재고율 0%에 도전하는 야채가게 사장, 작품 모델의 갖가지 에피소드와 쓰레기통에 가득 쌓여가는 꼬치를 보면서 마냥 즐거웠다는 처녀의 창업 열정이 그대로 책 안에 녹아있다. ○ 김정훈(33) - 자상하고 꼼꼼한 완벽주의자, 애정과 열정으로 동료를 끌어가는 든든한 대장 “‘이문세가 제일 좋아하는 채소 당근∼ 오메 징하게 맵네 청량고추∼ 저 거머리 없어요 미나리…♬’ 극중에 아카펠라 곡인 ‘채소송’이 나와요. 반주 없이 연습하니까 무대에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들리고 화음을 느끼는 순간 뿌듯했어요. 주인공 태성은 나머지 4명을 아우르는 책임감이 남다르죠.” ○ 손용환(28) - 밋밋한 듯 모나지 않게 동료들과 어울리며, 하고 싶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속 깊은 상인 “예전에 주유소에서 자동차 와이퍼 파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만난 가락시장 상인이 말주변이 좋다며 절 데려가려고 했지요. 여러 가지를 동시에 잘 하진 못해도, 제가 좋아하는 몇 가지는 꼭 해내요. 알록달록 파프리카를 날 것으로 씹어 먹는 배짱도 있어요. 파프리카를 좋아해요. 사람이 살다보면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 되는 지점이 있잖아요. 발을 디뎌야 하는… 바로 그 지점! 그 순간에 힘을 내세요. 젊음은 정직하니까요. 해답을 찾을 거예요.” ○ 이정연(26) - GOD 윤계상의 닮은 꼴, 동료들의 지지를 받는 귀염둥이 막내, 신선함을 과시하는 상인 “나이도 어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자칫 싸가지 없고 건방져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알고 보면 속이 꽉 찬 인물이죠. 생활이 퍽퍽하고 힘들 때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해요. ‘다 잘 될 텐데 뭘…’ 가뿐히 넘겨버리고 여유를 가지세요. 그렇다고 여유를 너무 가지면 안 되는 건 아시죠?”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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