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고래책갈피] 4차원에사는아이…특별하다

입력 2008-09-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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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거꾸로나라
먹을 수 있는 음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톡톡 튀는 댄스음악이 마늘 삼겹살이고 적당히 감미로운 발라드가 여름 복숭아라면 기가 막힐 것이다. 그림도 좀 특별했으면 좋겠다. 냄새가 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만질 수도 있는 미술. 상상만 해도 멋지다. 피카소는 너무 유명해서 식상한 이름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피카소의 세계에서는 ‘바나나 나무에서 앵두가 열리고 레몬에서 누가 사탕 맛이 나고 우유는 멜론’이기 때문이다. 소년 피카소는 그곳을 ‘피카소의 거꾸로 나라’라고 부른다. 그의 그림을 보고 아빠는 아이가 나쁜 꿈을 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양이 완전히 뒤바뀐 사람이나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만 그리니까 틀림없이 어떤 말 못할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피카소의 엄마는 달랐다. ‘왜 굳이 눈에 보이는 것을 똑같이 그려야 하지? 안 그래도 학교에 들어가면 그렇게 그리라고 할 텐데…’그리고 아이에 대해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린이의 세계는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업무를 보면서 동시에 저녁 데이트를 상상하는 우리들의 내면이나 시끄러운 도로와 아름다운 저녁놀이 공존하는 현대사회처럼 아이들도 복잡하고 입체적이다. 이런 아이들이 간섭 없이 좀 더 창의적인 일에 몰입할 시간을 갖는다면 3차원 화가 피카소도 뛰어넘을 것이다. 입체적 사고에 시간의 깊이를 보태 4차원 소년 소녀로 거듭나는 것이다. 남다른 행동을 하는 자녀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하는 부모들이 있다. 하지만 피카소의 어머니는 19세기 말에 21세기 양육을 했다. 재능이 남다른 아이라도 부담을 갖지 않도록 적당히 무관심했다. “뭐가 그리 재미있니?” “방금 내가 지어낸 놀이를 하고 있어요. 엄마!” 피카소는 동생 롤라의 한 쪽 눈은 위에 그리고 다른 쪽 눈은 아래에 그리며 대답했다. 엄마의 따뜻한 관심과 무관심이 적절히 어우러지는 그 순간, 피카소와 세상이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분홍고래모임 김 형 곤 아마존 사람들을 수중도시로 이끌던 전설의 분홍고래(BOTO)처럼 아이들에게 고래보다 더 큰 꿈을 그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동작가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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