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표新야구’최강SK만들다

입력 2008-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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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맞춤전술+개인기량우승견인…기동력-득점력↑
에비사와 야스유키의 소설 <야구감독>은 전 야쿠르트 감독 히로오카 다쓰로의 꼴찌팀 재건을 다룬 팩션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히로오카가 SK 김성근 감독과 오버랩된다. 소설에서 히로오카의 엔젤스 팀은 잘 나가다 원인 모를 연패에 빠진다. 히로오카는 처음엔 사인이 노출된 탓이라 여겼지만 실상은 달랐다. 선수들이 히로오카의 전술에 납득을 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이질감이 원인이었다. 병의 근원을 간파하고, 무언의 소통이 완성되자 감독과 선수는 일체화됐고, 엔젤스는 더 강한 팀이 됐다. ○‘팀 김성근’에서 ‘팀 SK’로! 지난해와 올해는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김 감독은 말한다. “작년은 전체의 힘으로 됐다. 그러나 올핸 선수 개개인이 성장했다. 위기관리 능력이 생겼다.” 2007년 SK야구는 ‘토털베이스볼(전원야구)’로 각인됐다. ‘성근 매직’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철저하게 벤치가 전략, 전술을 통제했다. 실제 김 감독은 최정의 3루수 전향, 정대현의 마무리 승격, 용병 둘(레이번-로마노)을 전부 선발로 발탁하는 팀 플랜을 짰고, 적중시켰다. 세부 전술에서도 김 감독은 경기마다 타순조합을 바꿨고, 플래툰 시스템을 신봉했다. 심지어 선발 로테이션까지 상대에 맞춰 변형시켰다. 그러나 올 시즌 김 감독의 팀 플랜은 여러 면에서 ‘오류’가 없지 않았다. 용병 영입부터 시행착오가 반복됐고, 잔류 FA 이호준, 조웅천은 SK 프런트의 우려대로 첫 시즌 기대치를 밑돌았다. 후반기 들어서는 박경완, 이진영이 부상 이탈했고 정대현도 등판이 어려운 컨디션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오히려 팀 승률이나 데이터는 작년 수치를 웃돈다. 홈런이 줄었을 뿐 기동력이나 득점력은 더 강해졌다. SK의 자랑인 불펜진도 작년이 조웅천-정대현이라면 올핸 김원형-정우람-이승호가 몬스터 시즌을 맞고 있다. 선발은 레이번이 퇴보한 대신 김광현이 대한민국 뉴 에이스로 성장했다. 김 감독은 언젠가부터 SK의 훈련을 따로 챙기지 않고 있다.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하고, 번트 대고, 도루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페넌트레이스 1위지만 역설적이게도 절대적 리더인 김 감독의 비중은 줄어든 셈이다. 올림픽 해설을 하다가도 베이징에서 인천으로 건너와 팀 훈련을 관할한 김 감독이 현장을 코치진에게 일임할 일이야 없지만 이젠 시스템적으로 김성근식 야구가 SK에 침투한 느낌이다. 김 감독의 팀 장악력은 오히려 더 확고해졌다. ○강해서 이긴다? 이겨서 강하다! 가공할 승률에도 SK는 해태나 현대 같은 역대 최강팀에 비해 임팩트가 없다. 자체적으로 강한 것이 아니라 상대팀에 맞춰 이기는 조합을 만드는 김 감독의 전술이 그런 이미지를 주는 것이다. 데이터로 봐도 SK는 1점차 승부와 1회 선취득점시 승률이 7할이 넘는다. 5회까지 앞선 경기의 승률은 9할 이상이다. 반면 5회 이후 역전승 승률은 3할대에 달한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돌려막기’로 이런 결과가 나온 점에서 전략가 김성근의 노하우가 읽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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