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40대되보니알수있어요,사랑은주고또주는것…”

입력 2008-09-25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멜로드라마’김성령이느끼는사랑…
연극 ‘멜로드라마’에는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차가운 ‘아줌마’가 등장한다. 남편과 규칙적인 ‘대화타임’을 실행하고, 그 시간에도 행여 살이 찔까봐 거실에서 운동을 한다. 술은 건강에 안 좋으니 절대 마시지 않고, 남이 볼까 두려워서 남편 외의 남자와는 일절 대화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냉정한 아줌마가 사랑에 가슴이 일렁거려 약간의 푼수기까지 보이는 흔들리는 아줌마로 변한다. 매력적인 아줌마들이 뜨고 있다. “나이를 뒤로 먹느냐”는 물음이 익숙한 매력적인 외모, 연륜까지 묻어나 더 고혹적인 빛을 발하는 아줌마가 주목받는 시대, ‘멜로드라마’의 아줌마 김성령이 그렇다. 그가 생각하는 멜로드라마의 매력,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멜로드라마’의 화두, 사랑이 의무가 될 수 있나? “원래 생각 안 해봤는데, 이번 작품 하면서 많이 떠올려봤다. 극 중에 ‘사랑이 도대체 뭔데? 만나서 차 마시고 모텔이나 들락거리는 게 사랑이니?’라는 대사가 나온다. 사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늘 하는데, 그게 전부 다일까?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닐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게 사랑이다. 그런데 만일 ‘내가 아이를 입양한다면?’하고 생각해 봤다. 그때는 의무감으로 애를 키워야하는데, 노력만으로도 사랑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녀 간의 사랑은 다를 테지만…” - 김성령이 느끼는 사랑? “내가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사랑을 다 주고 싶다. ‘아! 주고 또 줘도 모자란 게 사랑인데, 왜 그렇게 아끼려고 그랬지?’라는 생각을 한다. 20대에는 사랑을 받으려고만 했고, 받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미스코리아로 데뷔해서. 신인 시절이 없었다. 첫 스타트를 화려하게 하다보니 받는 것에 젖어있었다. 연애를 해도 받기만 하고 주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30대는 자식을 낳았기 때문에 몸으로 사랑이라는 걸 느꼈다고 해야 하나? 모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가슴으로 느꼈다. 사랑에 대한 느낌을 빛을 쬐듯이 깨달았다. 애를 낳기 전에 아이가 죽는 내용의 단막극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연기는 다 가짜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낳고 가슴이 많이 따뜻해졌다. 40대가 되니 이제 ‘사랑은 확실히 주는 거다’란 확신이 든다. 그래도 인간인데, 주기만 하면 기분 나쁘지만, ‘주는 게 행복하고 줘야 된다’고 느낀다.” - 주인공 ‘유경’은 큐레이터에 완벽주의자, 김성령이 보는 유경?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멋있다. 나도 미대 준비를 살짝 한 적이 있고, 그림도 사러 다니고 책도 본다. 내가 완전히 관심 없거나 그런 분야가 아니어서 좋다. 사실 내성적이고 소심했다. 그런데 아줌마 근성이 생기면서 달라졌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이쪽에서 일하긴 쉽지 않다. 내 스스로 내 연기에 방해가 되고. 그렇더라. 그래서 좀 사람들 앞에서 주위를 편하게 만들려고 한다. 남이 불편하면 나도 불편하다. 유경이가 등장할 때 나오는 가족과 욕망에 대한 대사가 좋다. ‘가족이 우습니? 사랑해서 결혼하면 또 가족이 되는 거야’, ‘담배 끊는다고 끊어지디? 평생 참는 거지. 결혼했다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끊어지냐고’ 이런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 연극 시작 전부터 김성령의 안내 멘트가 흐른다. “(핸드폰 끄고 사진 촬영 금지) 안내 방송에서 내 목소리 나오면 무대 뒤에서부터 심장이 벌떡벌떡 뛴다. 목소리는 항상 콤플렉스였다. 성대가 약하고, 큰 소리가 안 나온다. 무대 뒤에서 준비하고 나올 때마다 나를 칭찬하고 가다듬는다. 객석에 계단까지 관객들이 많이 앉아있으면 기분이 좋다. 연극 ‘아트’ 이후 두 번째 작품인데, 시작할 때 겁도 났다. 그래도 무척 즐겁고, 좋은 작품으로 연극을 계속 하고 싶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