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낮설지만친근한개막작′스탈린의선물′

입력 2008-10-02 0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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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은 우리에게 낮선 카자흐스탄 영화다. 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의 얼굴과 그들의 상처는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고려인들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 이후 유대인, 우크라이나, 독일 등 러시아내 수많은 민족 약 200만 명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됐다. 영화는 강제이주가 정점 있었던 1949년 카자흐스탄을 담았다. 낮선 나라 낮선 언어의 영화지만 개막식을 가득 메운 5000여 관객은 영화 마지막 큰 박수를 치며 감동을 보였다. 스탈린의 생일을 맞춰 소련 과학자들은 카자흐스탄에서 핵 실험을 준비한다.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되던 중 고아가 된 유대인 소년 사쉬키는 원주민 카심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공산당의 횡포는 극에 달하지만 소수민족들은 그들의 전통을 지키며 행복을 찾고 사쉬키를 지키려 힘을 모은다. 주인공 카심 할아버지를 연기한 누르즈만 익팀바에프는 몽골계로 카자흐스탄의 국민배우로 통한다. 외모가 우리와 똑 같아 더 정겨운 그는 “집에 있는 기분이다. 카자흐스탄에 고려인 친구들이 참 많다. 한국에 와서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카자흐스탄인의 시선에서 소련의 무자비한 통제와 잔인한 핵실험을 그린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은 한국 취재진을 돌아보며 “한국 사람들이 모두 친척처럼 똑 같이 생겨서 너무 좋다. 소비에트가 물러가고 카자흐스탄이 독립국가가 돼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자흐스탄은 독립한지 15년 밖에 되지 않았다. 카자흐스탄의 관점에서 소련의 지배를 받던 과거를 조면한 건 이 영화가 처음이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중앙아시아 영화는 굉장히 좋은 작품이 많은 데 세계적으로 잘 소개되지 않고 있다. 이 영화는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가 촬영 과정을 모두 살펴보며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월드프리미어로 이 영화를 소개해 영광이다“고 밝혔다. 부산|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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