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격렬했던상금제찬반토론회

입력 2008-10-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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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한국기원에서 ‘프로기전 상금제 도입에 관한 공개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기전의 중심 시스템이었던 대국료(경기참가비) 제도 대신 골프, 테니스와 같은 상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어떠한가에 대한 찬반 토론이 벌어진 것이지요. 찬성파로는 유창혁 9단, 세계사이버기원 박덕수 고문, 스포츠칸 엄민용 기자가 나섰고 반대쪽에서는 천풍조 8단, 한철균 7단 등이 참석했습니다. 진행은 중앙일보 박치문 바둑전문기자가 맡았습니다. 예상대로 이날 토론회는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정면충돌했습니다. 특히 ‘대안없는 상금제는 결사 반대’라는 반대파의 목소리가 거칠게 느껴졌습니다. ‘한국바둑의 위기’라는 대전제 아래 우리 바둑사상 처음으로 열린 공개토론회. 과연 어떤 얘기들이 오고갔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살짝 핵심만 보여드리기로 합니다. 유창혁: 바둑교실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전문도장도 마찬가지이다. 한국바둑이 약해졌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10년 후 한국바둑계는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상금제 도입이 필요하다. 천풍조: 한국기원 운영 자체가 허동수 이사장 이하 일부 몇몇 사람에 의해서만 논의가 되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상금제 그나마 적은 대국료를 상위 기사들에게 몰아준다고 해서 홍보효과에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대안없는 상금제는 공허하다. 바둑이 스포츠로 간다고 해서 모든 것을 성적 위주로만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예선전도 한국기원에서만 둘 게 아니라 지방투어 등을 통해 가치를 높여야 한다. 비용이 문제라면 이사장 이하 한국기원이 이에 대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엄민용: 입단을 하면 평생 현역 플레이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프로는 프로의 실력을 갖췄을 때에만 진정한 프로이다. 골프도 800명 프로 중 60명 밖에 상금을 가져가지 못한다. 프로기사는 매년 늘어나고 있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현재의 대국료는 반드시 상금제로 가야 한다. 한철균: 위기에 대한 각 계층마다 느끼는 강도가 다른 것 같다. 집행부에서 느끼는 체감이 가장 낮아 보인다. 지난 2000년에 바둑계에 관한 제언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과연 그 동안 한국기원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보겠다. 그러나 상금제는 별 의미가 없다. 상금제와 바둑팬은 관련이 없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쌍방 한국바둑이 위기이며 상금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분위기였지만 “대안이 없는 일방적인 상금제 도입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반대쪽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에서는 ‘앞으로 뭔가 잘 해 보자’라는 긍정적인 공감대가 느껴졌습니다. 발 빠른 행마가 어렵다면 느리지만 두터운 행마도 나쁠 것이 없습니다. 이날 토론회, ‘묘수’는 아니었지만 ‘호수(好手)’였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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