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나라찾은이방인송치영·알렉스김빙판위서‘별을쏘다’

입력 2008-10-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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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이방인.’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2008- 2009’에 한국팀으로 안양한라와 함께 출전한 하이원에는 독특한 사연과 이력을 지닌 두 명의 멤버가 있다. 주장 송치영(27)과 지난 시즌 득점왕과 포인트왕을 차지한 알렉스 김(29)이 주인공. 이들의 모습은 한국인이지만 국적은 각각 캐나다와 미국이다. 물론 아시아리그에는 용병 선수로 등록돼 있다. 송치영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국적을 땄고, 알렉스 김은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때문에 ‘한국인’이란 의식과 유창하진 않지만 비교적 또렷한 모국어 구사가 가능함에도 문화충격과 정체성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들은 “얼굴은 한국인인데, 살아온 과정이 달랐다. 표현을 못해 동료들의 오해를 샀고 마찰을 빚었다. 의미 전달을 잘 못했다”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송치영은 고등학교까지 캐나다에서 다니다 대학(고려대)을 한국에서 나왔다.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 화려한 기술을 갖춘 그이지만 2003년 졸업 이후 현대와 동원이 해체된 상황에서 그가 설 자리는 없었다. 결국 선수의 꿈을 접고, 학원 강사를 하던 송치영을 다시 부른 것은 2004년 창단된 하이원의 김희우 감독이었다. 비록 열악한 처우였지만 빙판에서 ‘한’이 남아있었기에 주저없이 유니폼을 입었다.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선수 송치영은 없었다. 꿈만 같았다. 과분하게도 올해는 주장 직책까지 부여했다. 한국 선수와 용병의 가교 역할을 하는 좋은 주장이 되겠다.” 반면, 알렉스 김은 아이스하키 본고장에서 체계적인 코스를 밟았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진출의 꿈을 키우던 그는 하부 리그 ECHL에서 활약했다. 기량을 인정받던 그는 송치영처럼 김 감독의 구애를 받고, 2년 전 ‘부모님의 나라’에 안착했다. “온통 백인뿐이고 유색 인종은 나 밖에 없던 미국보다 마음이 편했다. 행복했다.” 이렇듯 고국 무대를 밟게 된 사연은 달랐어도 꿈과 비전은 같았다. 한국에서 아이스하키가 인정받는데 이바지하겠다는 것. ‘쇼트트랙 영웅’ 전이경과 2006년 IOC 실사단 앞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프리젠테이션을 했던 송치영은 “‘메달 따고’ 대접받는 풍토가 아닌, 먼저 ‘환경’을 조성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고, 알렉스 김은 “풀뿌리 인프라가 중요하다. 아이스하키가 단순히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수단이 되는 현실과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춘천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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