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수기자의PIFF레터]영진위“한국영화대공황”발언

입력 2008-10-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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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언론이 너무 과장한다.” 기자들은 요즘 한국영화 관계자들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듣곤 합니다. 한국영화 침체 상황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언론이 이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건 아니냐는 볼멘소리이지요. 투자 분위기가 위축되고 그로 인해 제작편수가 줄어드는 상황, 흥행작의 부재로 관객들의 관심을 잃어가는 현실. 언론은 이를 ‘위기’라고 표현했고 이는 다시 침체의 악순환을 몰고 오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그 속에는 침체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영화의 상황에 대한 관계자들의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있음을 알기에 헛헛한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부산에서 이 같은 볼멘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 대상이 언론이 아니었습니다. 4기 영화진흥위원회 강한섭 위원장을 향한 것입니다. 강한섭 위원장은 4일 ‘전환기, 한국영화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에서 “한국영화는 대공황 상태를 맞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하반기부터 영화산업 환경이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도 정상화되지 않으면 영화산업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강 위원장의 이 같은 표현에 한국영화 관계자들은 대단히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영화와 영화산업을 ‘진흥’시킬 책무를 맡은 위치의 사람으로서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었다”고 아쉬워합니다. 한국영화가 처한 상황을 애써 감추거나 근거없는 낙관론으로 감싸는 것도 적절치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영진위 위원장이 ‘공적인 발언’으로서 그렇게까지 ‘공격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느냐는 것이지요. 1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개막일부터 6일 자정까지 총 예매는 16만7566석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만4477석이 늘었습니다. 그 만큼 관객들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는 말이겠지요. 한국영화는 ‘대공황’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관객들은 언제든 좋은 영화라면 극장으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부산|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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