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사직구장짜릿구장…“롯데팬이라서행복했어요”

입력 2008-10-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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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준행복지수
‘스포츠로 보다 행복한 나라로.’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모토입니다. 우리의 경우 모그룹의 홍보 전위대로 프로야구가 기능하지만 사실 프로스포츠는 지역사회와 공생할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죠. 지역민들은 연고구단에 로열티를 갖게 되고, 동일시합니다. 스포츠 심리학적으로 ‘자기 팀이 이기면 우리의 승리가, 패하면 너네의 패배’가 되지만 그렇다고 응원팀을 바꾸는 변절(?)은 좀체 없지요. 롯데, LG의 팬 충성도가 특히 두터운 데엔 ‘고난의 행군’을 함께 겪었다는 유대감도 작용했을 겁니다. 히어로즈가 제3구단으로 서울에 들어왔어도 LG팬이 움직이지 않은 것 역시 이런 각도에서 해석될 수 있겠지요. 롯데 팬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난다’고 합니다. 이젠 롯데의 승패와 관계없이 사직구장에서 노는 법을 터득한 경지에 다다랐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영화배우 문성근은 “영화 흥행의 열쇠는 20대 여성이 쥐고 있다”라고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작품성이 문제가 아니라 ‘오빠, 나 이 영화 보고 싶어’라고 해서 오는 게 극장이란 겁니다. 이 관점에서 사직구장은 독특하게도 젊은 여성이 주류층을 형성하고 있기에 강력한 흥행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영국 리드대학 경영대의 빌 게라드 교수팀은 1984년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210경기가 있던 다음날 자국내 100대 기업 주가를 분석한 결과 ‘승리 시 주가는 0.3% 상승, 패배시 0.4% 하락’이란 통계를 얻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오사카의 한신이 우승하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속설이 돕니다. 실제 1964년(이자나기 경기)과 1985년 (버블 경기) 우승 후 대호황이 있었고, 2003년 우승 땐 이부시긴 경기(모깃불 호황)란 용어가 나왔습니다. 경제는 멘털과 펀더멘털의 결합인데, 이 중 심리적 요소를 중시한 발언이겠죠.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 증시는 이제 어떤 분석도 통하지 않는 패닉 상태에 빠져든 상황입니다. 롯데가 이겼으면 하락폭이 줄어들었을까요? 롯데가 부산지역에 미친 경제 효과가 1400억원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사실여부를 떠나 주목할 점은 ‘롯데의 선전=호황’이라 믿고 싶은 심리일 터입니다. 만년꼴찌가 보여준 뜻밖의 분투에 서민들은 동질감을 느끼는 것 아닐까요. 롯데가 우승할진 모르겠지만 롯데 덕분에 올 한해 보다 행복했다는 점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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