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갈매기의눈물&로이스터미소그들은진정아름다운패자였다

입력 2008-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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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 3연전을 모두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두 명문 팀의 승부는 예상보다는 싱겁게 끝났다. 그러나 팬들의 열기만큼은 최고였다. 특히 3차전, 4000여명의 원정 롯데팬들의 응원과 충성도는 필설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광분 모드’였다. 사실 경기장에 오기 전부터 전조가 보였다. 부산서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들과 함께 차에 오르기 전 강조했다. “챔피언 유니폼 집에 두어라, 거기는 사직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롯데 팬도 아니다. 괜히 삼성팬들 자극하지 말고 조용히 관전해라.” 아이들 왈 “예, 아버지.” 그것도 잠시, 경기장에 도착하자, ‘챔피언 유니폼’ 대신 ‘오렌지 유니폼’을 꺼내 입는 아들. “챔피언 유니폼은 아버지 말씀대로 집에 두고 왔습니더.” 할 말을 잃었다. 지정석 좌석이 달라 서로 멀리 떨어져서, 경기를 관전했다. 멀리서 지켜본 아이들은 지정석 ‘섬’속에서도, 꿋꿋하게 그리고 ‘독야청청’ 핏대를 올렸다. “자식이지만 정말 롯데 팬들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패배를 확인한 후, 빨리 경기장을 떠나자고 재촉하는 나를 두고, 1루측 롯데 팬들 속으로 합류하는 아이들. 할 수 없이 따라간 그곳에서 ‘전율’을 경험했다. 특히, 아쉬움 때문에 경기장을 떠나지 못한 채 남아있던 수많은 롯데 팬들이 눈물 흘리며 마지막으로 부르는 ‘부산갈매기’에서는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났다. 일요일 밤,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차안에서 조용히 물었다. 이제 누구 응원할건데? 돌아온 큰 아들의 답은 명쾌했다. “아버지께서는 어떤 경우에도 사랑하는 팀을 바꾸는 건 안 된다고 했지 않습니까. 저는 죽어도 롯뎁니더.” 거의 3000일을 기다린 포스트시즌에서 허무하게 무너졌지만, 적어도 2008년 롯데는 ‘평생회원’ 두 명을 확보했다. 누가 뭐래도 2008시즌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화두는 ‘롯데 팬’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리고 시리즈 내내 경기만큼이나 관심을 갖고 지켜본 것이 로이스터 감독이었다.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로이스터 감독의 접근방식은 분명히 칭찬받아야 한다. 누구보다 승리를 갈구했겠지만, 패배가 확정되자마자 바로 상대팀 덕아웃을 항해 축하 인사하러 뛰어가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연패를 당하고 마지막 벼랑에 몰린 상황이었지만 경기 전, 팬들에게 웃으며 사인해주는 모습은 일찍이 국내 감독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프로야구가 하나의 산업으로 제대로 성장하려면 감독부터 ‘팬 프렌들리’ 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국내야구 경험이 부족한 관계로, 단기전을 미국식으로 운영한 것은 결과적으론 아쉽지만,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즉 마지막까지 ‘선수중심의 야구’를 하겠다는 의지는 때에 따라서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감독이 한명쯤은 있어야 서로에게 자극이 되지 않겠는가. 비록 한게임도 이기지 못하고 시리즈를 마감했지만, 적어도 롯데 팬이라면 로이스터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롯데의 전력으로 봐선 내년 시즌도 험난한 파고가 예상되지만, 이방인 로이스터가 잘 극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야구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로이스터는 분명히 필요한 사람이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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