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이 커 보이면 진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도 아주 적절한 속담이 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 왜 남의 집이 커 보이면 질까? 내 집보다 상대의 집이 커 보이면 조바심이 일어난다. 조바심이 일어나게 되면 냉정한 수읽기를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무리한 수를 두게 되고, 이것이 화근이 되어 바둑을 지게 되는 것이다. 프로들은 어지간해선 남의 집이 커 보이지 않는다. 계가가 정확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대충 어림짐작을 해도 상당히 정확하다.
이창호와 같은 초고수들은 바둑의 얼개가 대략 잡혀지면 이 바둑이 몇 집 차이로 종국이 될지를 꽤 정확히 계산해낼 수 있다. 일반인들의 감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심지어는 반집승부도 예상한다.
상상해 보라. 바둑판 위에 돌이 100개도 놓이지 않았는데, 그들은 “음 … 이 바둑은 백이 반 집 이기는군.”이라고 읽어내는 것이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아마추어들은 내가 열 집 이기고 있어도 상대의 집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고수들은 입을 모아 외친다. 한 판의 바둑을 두면서 적어도 세 번은 계가를 하라고. 계가를 잘 하는 자가 결국 바둑이 센 것이다.
<실전> 백1은 목진석이 너무 낙관한 수이다. 느슨한 매듭이다.
<해설1> 백1이 제격이었다. 흑2로 받아주면 백3이다. 이것이라면 백이 아주 편한 바둑이 된다. 설상가상 <실전> 백7로 그냥 움직인 수가 큰 무리였다.
<해설2> 백1을 두어 흑2와 교환해 놓고 3으로 갔어야 했다. 이후 실전처럼 진행된다고 볼 때 이 백1과 흑2의 교환이 백에게 엄청난 이득이다.
‘괴동’이 흔들리고 있다. 괴이한 일이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