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바둑판이안팔리는까닭

입력 2008-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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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용품 산업은 이제 사양업종이다. 바둑팬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체감으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고, 한국바둑리그의 총 규모가 무려 35억에 이르는 마당에 왜 바둑용품은 안 팔리는 것일까. 우선 용품의 종류가 심하다싶을 정도로 단순하다. 바둑판과 돌. 이게 전부이다. 여기에 돌을 담을 통 하나 보태면 끝이다. 게다가 한 번 사면 심하게 말해 죽을 때까지 쓰고도 모자라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바둑용품이다. 골프채, 테니스 라켓은 몇 년 쓰고 바꾸지만 바둑판은 대대로 손때를 묻혀 가며 내리물림을 하는 것이다. 100만원짜리 골프채는 척척 바꿔도 100만원짜리 바둑판은 ‘가보’라는 이름 아래 100년을 쓴다. 게다가 온라인바둑이 추세다. ‘바둑판 위에 돌을 두드리는 손맛’을 주장하던 목소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기술이 좋아져 모니터 속의 바둑판도 현실의 바둑판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마우스로 바둑을 두다 보니 진짜 바둑판이 낯설다는 사람들이 속속 늘어가고 있다. 언젠가 월간지 사진에서 이창호 9단의 방을 보았다. 제일 먼저 눈길이 간 것은 이창호 9단이 평소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바둑판이었다. 그것은 수 백,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비자 바둑판이 아니었다. 세계 바둑 일인자가 사용하는 바둑판은 시중에서 몇 만원에 살 수 있는, 다리도 안 달린 납작한 바둑판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느낀 것은 ‘아! 이창호는 참으로 소박한 사람이구나’라기 보다는 ‘이러니 바둑판이 안 팔리지’였다. <실전> 흑6은 <해설1> 1로 다가서는 수를 많이 둔다. 실전은 변화를 꾀했지만 이쪽이 더 나아 보인다. <실전> 백7로 하나 끊어놓고 9로 젖히는 것이 고수의 수순이다. <해설2>처럼 그냥 1로 느는 것은 흑이 죽죽 늘어간다. 이창호가 특히 좋아하는 모양이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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