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메이크‘마이쎄시걸’흥행실패3가지이유

입력 2008-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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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엽기적인그녀’,명장면구토왜안했을까?
‘마이 쎄시 걸’은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세 번째 한국영화 리메이크작이다. 원작은 바로 2001년 488만 관객을 기록하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엽기적인 그녀’다. ‘마이 쎄시 걸’은 배경이 뉴욕이고 미국 배우들이 등장할 뿐 ‘엽기적인 그녀’의 주요 설정 과 대사까지 비슷한 ‘쌍둥이’ 같은 영화다. 하지만 어찌된 것일까? 국내 관객에게 큰 기대를 받았던 이 영화는 정작 미국에서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DVD로 출시됐다. 미국과 한국 관객의 정서적 차이와 7년이라는 시간적 간격이 있다 해도 뜻밖의 결과다. ‘마이 쎄시 걸’에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1. 쎄시걸은 엽기녀와 달리 할아버지 머리에 구토를 하지 못했다. 두 영화는 남녀주인공이 똑같이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다. 술에 잔뜩 취해 쓰러진 여주인공을 업게 되는 남자. 우리의 전지현은 안주로 먹었던 부대찌개를 왕창 쏟아내며 그야말로 엽기의 면모를 선보이며 등장했다. 할리우드의 엘리샤 커스버트는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는지 “허니”를 외치며 푹 쓰러져 버린다. 작은 차이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는 이 장면만으로도 관객들의 머리 속에 큰 메시지를 각인시킨다. ‘까불지마! 이 여자 정말 엽기적인 그녀야!’ 2. 뉴욕에는 모텔이 없었다. 착한 견우 차태현은 술취해 뻗은 엽기녀를 들쳐 업고 할 수 없이 인근 모텔에 간다. 그리고 들이닥친 경찰로부터 강간범으로 몰린다. 하지만 뉴욕 중심가에는 반짝반짝 네온사인이 빛나는 모텔이 없다. 찰리는 쎄시걸을 업고 고민하다 대학 기숙사로 기어 올라간다. 거기에는 룸메이트까지 있고 찰리는 기숙사 경비원에게 들켜버린다. 하지만 감옥엔 가지 않는다. 역시 작은 차이다. 강간미수범 누명을 벗겨준 엽기녀에게 마지막까지 쩔쩔매는 견우를 관객들은 이해한다. 쎄시걸은 뉴욕에 모텔이 없어 그러지 못했으니 자신의 엽기적인 행동의 정당성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이다. 3. 전반전 후반전 연장전 없는 쎄시 걸 ‘엽기적인 그녀’가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전후반 그리고 연장전이라는 독특한 구성도 한 몫했다. 엽기적인 그녀를 알게 되고 매력에 푹 빠지는 전반전은 코믹의 절정, 그녀가 숨기고 있는 아픔을 느끼는 후반전은 가슴시린 멜로. 그리고 연장전은 웃음과 눈물을 함께 자아내는 따뜻함이 있었다. 반대로 ‘마이 쎄시 걸’은 원작의 매력을 짧게 압축하다 보니 듬성듬성이다. ‘엽기적인 그녀’의 러닝타임은 122분. ‘마이 쎄시 걸’은 92분이다. 30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더군다나 7년 전이나 요즘이나 결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엽기적인 그녀의 이야기이니 92분 러닝타임은 아무래도 너무 부족하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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