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선제골후전술전환역습차단…포백급선회‘승리지켰다’

입력 2008-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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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감독후반승부수막혀
“코치 때보다 훨씬 떨린다”는 박항서 전남 감독의 말처럼 결승전에 대한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단판 승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독의 작전은 승부를 판가름하는 잣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감독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30-40% 정도인데, 단판 승부의 결승전은 50%를 상회하지 않을까 싶다. 이날 차범근 수원 감독은 3-5-2, 박항서 전남 감독은 4-4-2로 스타팅을 구성했다. 다만 차 감독은 팀 내 유일한 신인인 박태민을 과감히 투입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수중전을 염두에 둔다면 누가 ‘실수’를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수비를 두껍게 서는 한편 패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 사항이다. 수원은 중앙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만들면서 최전방의 에두와 배기종을 활용한 반면, 전남은 측면을 살리면서 세트 플레이에 승부를 거는 듯한 전술이었다. 선제골을 넣은 차 감독이 전반 30분 경 갑자기 전술을 바꿨다. 포백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중앙 미드필드를 강화하는 한편 오른쪽 측면을 보강할 요량이었다. 송종국을 오른쪽 윙백으로 돌리는 대신 4명의 미드필더들을 중앙에 집중 배치,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날 승부의 중요한 열쇠라고도 볼 수 있다. 상대 역습의 기회를 애초부터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반면 박 감독은 단기전의 승부수로 고기구를 염두에 둔 듯 했다. 어차피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생각했다면 타깃맨의 활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후반 14분, 고기구의 투입으로 높이의 우위를 점하는 한편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왼쪽 날개인 송정현의 돌파가 살아나면서 한두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맞기도 했지만, 결국 수원의 타이트한 수비벽을 뚫지는 못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박 감독 나름대로 한 템포 빠른 선수 교체를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후반 페이스를 감안한다면 고기구나 송정현을 선발로 일찌감치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박 감독의 머릿속은 전반 무승부에 후반 승부를 내려고 한 것 같지만, 승부는 이미 전반에 난 상황이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비춰진 이날 승부는 관록과 경험이 앞선 차 감독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수원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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