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캣츠’악당맥캐버티역정·주·영

입력 2008-10-24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몸짓연기에말·노래기교입혔죠”
“나로 말하면 고양이다”로 시작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고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고양이는 인간을 처음 만나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표현했다. 인간의 손바닥 위에서 붕 뜨기도 하고, 때론 눈앞에 번쩍 불이 날만큼 빙글빙글 돌기도 하면서 고양이만의 기교를 엿보인다. 뮤지컬 ‘캣츠’의 배우 정주영(30)은 관객 앞에서 누구보다 잘 ‘떠오르는’ 고양이다. 몸도 뜨고 마음도 뜬다. ○15년 경력의 발레, 뮤지컬로 날아오르다 190cm의 훤칠한 키가 무대 위로 떠오르고, “매번 내 안의 에너지를 공연 중에 모조리 내보낸다”는 긴장감과 흡족함이 그를 들뜨게 한다. 전 발레리노 출신 정주영은 ‘방금 본 것 같아도 금방 사라지는’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를 맡았다. ‘존경 받을 만한 속임수’와 ‘흔적 없는 발자국’으로 주변 고양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악당 역할이다. 오디션 당일 캐스팅이 결정됐을 만큼 ‘캣츠’작품에 적격이라는 평가와 환호를 받았다. 그는 “첫 작품인데다가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고, 춤 동작이 발레 기본을 하는 게 많아서, 이것저것 운이 좋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정주영은 올해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끝으로 15년 경력의 발레 무대를 떠났다. 뮤지컬 데뷔전 배우 겸 연출가 임철형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정주영의 뮤지컬에 대한 구애는 적극적이었고 시간이 오래 됐다. 계원예고 재학시절, 연기하는 친구들이 ‘가스펠’과 ‘맨오브라만차’를 공연하는 것을 보면서 뮤지컬의 재미를 느꼈다. 12년 전에 본 ‘레 미제라블’은 아직까지도 감동이 선하다. “노래 부르고 듣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뮤지컬을 시작했다는 그는 “뮤지컬 배우들과 있으면 어디서든 노래가 함께 하니 행복하다”고 요새 기분을 밝혔다. ○거친 화장의 섬세한 고양이, 오감을 동시에 사용한다 그의 생활은 다른 배우들처럼 현재의 공연에만 집중돼있다. 오전 11∼12시 쯤 일어나 새벽 2시에 잠이 들기까지 규칙적으로 공연장과 집을 오간다.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할 일을 정리하고 공연장에 도착해 밥을 먹는다. 공연이 끝나면 또 밥을 먹는다. 잘 먹고 잘 자는 게 좋은 공연에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사진도 찍으러 돌아다닐 예정이다. 지금은 링거주사까지 맞으면서 체력을 보충하는데, 감각을 모두 사용하는 고양이를 연기하는 탓일까? 살은 도리어 빠졌다고 한다. “고양이들은 청각, 후각, 촉각 이런 것들을 한 번에 동시에 사용해요. 말을 하면서 듣고, 다른 걸 하다가 냄새를 동시에 맞는다든가…” 그는 공감각에 능한 고양이를 연기하기 위해 ‘캣츠’를 하면서 더 많이 고양이를 공부했다. 날카로운 인상에 삐쭉삐쭉 붉은 털을 세운 맥캐버티 분장은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가발을 쓰고 얼굴 분장도 하고, 타이즈를 입고 마이크를 착용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발레 할 때 얼굴에 하나하나 똑바로 선을 그리던 버릇이 있어서 고양이 얼굴도 예쁘게 그리면 안 되나?”하고 바란 적도 있지만, “거칠게 그려야 진짜 고양이답다. 가면 쓴 것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캣츠’의 분장 원칙에 따르고 있다. ○뮤지컬 작품, 뭐든지 다 하고 싶다. 정주영은 ‘캣츠’ 이후 맡고 싶은 역할에 대해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다 하고 싶다”고 답했다. “다! 하고 싶다”는 말을 세 번이나 거듭 반복했다. 그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잘 해서라기보다 제가 좋아하고 관객들까지 좋은 건지는 몰라도… 또 그들이 좋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며 새로운 도전, 뮤지컬에 대한 포부를 자신감 있게 드러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