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비오면마운드·타석만‘비옷’…왜?

입력 2008-10-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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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 6차전이 벌어진 잠실구장. 오전부터 간간이 내린 비는 경기 시작 전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연습하는 동안에도 이어졌다. 이로 인해 그라운드의 흙이 젖고, 투수 마운드에 방수포까지 덮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비로 젖은 그라운드는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벌이는 데 장애물이 된다. 최고의 그라운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잠실구장에는 어떤 노력이 더해질까. ○방수포로 만약을 대비해요 경기 전날인 22일 서울에는 비가 내렸지만 유독 잠실구장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잠실구장의 그라운드 관리를 맡고 있는 테크노그린 직원들은 평소처럼 그라운드의 흙을 정리하고, 잔디를 깎은 뒤 마운드와 타석, 1루와 3루 쪽 불펜 투수 마운드 등 총 4곳에 파란색 방수포를 깔았다. 혹시 비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대비한 것. 메이저리그처럼 내야 전체를 방수포로 덮는 시스템이 국내에는 아직 조성돼 있지 않다. 통상적으로 ‘카바’로 불리는 방수포는 타폴린 재질로 방수 효과가 뛰어나다. 흔히 포장마차에서 비바람을 막기 위해 치는 천과 같은 재질이다. 마운드에 덮는 방수포는 직경 10m, 타석에 사용하는 방수포는 가로 7∼8m, 세로 10m 사이즈다. ○그라운드 고르기, 만만치 않아요 그라운드를 고르는 작업은 5명이 한 팀을 이뤄 1∼2시간 정도 걸린다. 생각처럼 만만한 작업이 결코 아니다. 일본에서는 10∼15년 이상 경력자들이 그라운드의 흙을 고르고, 국내에서도 평균 경력이 9년에 달한다. 그라운드의 흙은 일일 관리뿐 아니라 일주일에 1∼2차례 밭갈이하듯 흙을 갈아서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이 동반됨으로서 경기에 적합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한다. 잠실구장의 경우 전체적으로 레드샌드와 마사토를 사용한다. 레드샌드는 돌가루에 빨간색 염료를 코팅해 만든 것으로 배수가 잘되고, 마사토는 응집력이 좋아 플레이하는 데 가장 좋은 상태를 만들어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잠실구장의 모든 흙이 똑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마운드에서 투수가 발을 들어 내딛는 부분과 타석에서 타자들이 발을 고르는 부분은 레드샌드 대신 황토진흙이 깔려 있다. 레드샌드로는 버틸 수 없어 보다 단단한 흙을 사용했다. 하지만 황토진흙은 물이 들어가면 ‘쥐약’이다. 곤죽처럼 돼 어떻게 해 볼 수 없다. 비가 오는 경우 황토진흙이 깔린 마운드와 타석을 방수포로 덮는 이유다. ○흙은 계속 갈아 줍니다 그라운드의 흙은 주기적으로 관리한다고 해서 평생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잠실구장은 1년에 3∼4차례 거칠어지고, 짓 물려 경기에 적합하지 않은 흙을 교체한다. 레드샌드는 1톤에 40만원 정도 나가는 고가로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 번 교체 시 15톤 트럭 2대분, 총 30톤의 흙이 사용된다. 잠실구장 시설관리팀 김의식 팀장은 “그라운드를 고르는 것 뿐 아니라 흙을 교체하는 작업도 보통 일이 아니다. 사람 힘으로는 모자라 포크레인 한 대까지 동원해야 한다. 아주 전문적인 작업이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레드샌드는 깊이가 15cm다. 상상 외로 두껍다. 그 아래 모래, 자갈, 배수시설, 자갈이 차례로 깔려 있다. 서울시는 잠실구장의 배수, 스프링클러, 불펜, 잔디, 흙을 조성하는데 총 15억원을 들였고, 이 중 2억원 가량은 흙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잠실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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