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연기에ㅁㅁㅁ는함박웃음

입력 2008-10-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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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스태프,경기전비오면휴무일…경기중비오면비상사태
23일 잠실은 오전부터 찌뿌드드한 흐린 날씨였다. ‘비온 뒤 갬’이라는 일기예보가 무색할 정도로, 그칠 듯 말 듯 비가 띄엄띄엄 내렸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면, 관중도 아리송하다. 헛걸음을 해야 할 판, 안타깝기 그지없다. 반대로 헛걸음이 은근히 반가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야구 PD와 방송 스태프다. 전원이나 케이블 망이 연결된 자리에 중계차를 세우고 방송 준비를 모두 마친 뒤 비가 내리면, 그야말로 ‘헛수고’다. 기껏 힘을 들여 세팅해 놓은 것을 써먹지 못하니 말이다. 우천으로 야구가 연기되면, 바로 그 날은 PD와 스태프의 휴무일이 된다. 비는 야구팬들에게 달갑지 않지만, 야구가 업무인 사람들에게는 예상외의 달콤한 손님이다! 비에 관한 농담도 많다. “일본처럼 돔구장이 설립되면 구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 “4계절에 다 장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등 엄살 섞인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는다. 비가 올 때 중단여부는 경기 시작 전에는 감독관, 시작 후에는 주심이 하는데 PD도 경기 전 감독관들과 경기 여부에 대해 상의를 한다. 경기가 곧 그대로 방송이기 때문이다. PD들은 “이렇게 비 오면 경기를 일부러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감독관들과 친하다. 방송해설위원이 대부분 감독 출신이라 더 친하기도 하다. 방송은 시청자들을 위해 웬만하면 우천시 중계를 강행하려고 하지만, 야구는 그라운드 상태가 중요하다. 비가 그쳤더라도 땅이 질퍽질퍽하면 선수들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면서 경기도 중계도 중단해야 한다. 그대로 야구중계 팀은 철수하고,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 대체 방송물이 편성된다. 방송 스태프들은 이때 신경이 예민해진다. 언제 다시 속개될 지 모르기 때문에 딱 맞는 방송물을 끼어 넣기 어렵다. 중간에 방송물을 끊는 것은 방송사에서는 엄연히 방송사고에 속한다. 23일처럼 경기가 중간에 멈추면 선수들뿐 아니라 방송을 송출하는 입장에서도 매우 당혹스러워진다. 시청자들은 다른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보느라 느낄 수 없지만, 방송사 안에서는 지연된 시간만큼을 빈 화면인 ‘블랙’이나 방송사고 없이 물 흐르듯 만들기 위해 주조정실과 부조정실 직원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잠실|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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