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손을보면바둑이보인다

입력 2008-10-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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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놓는 손만 봐도 그 사람의 기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이다. 18급과 1급은 돌을 놓는 손모양이 다르다. 고수들의 손에는 돌이 착착 달라붙어 다니는 것이다. ‘살아있는 기성’으로 추앙받고 있는 우칭위엔 9단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가 있었다. 제작 전부터 바둑계에서 꽤 화제가 됐던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은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우칭위엔 역의 남자 주인공이 바둑돌을 놓는 모습이 영 어색하더라는 데에 입을 모았다. 평생 바둑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한 영화감독의 경우 “내가 감독이라면 배우를 데려다 놓고 몇 달 동안 바둑돌 놓는 연습만 시키겠다”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조훈현 9단의 손 맵시가 가장 근사했다. 마치 한 마리 새(그러고 보니 조9단의 별명 중 하나가 제비였다)가 물고기를 잡아채기 위해 호수 위로 내리꽂았다 순식간에 상승하는 탄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유창혁 9단도 조9단과 비슷하다. 손도 희고 폭이 가늘어 마치 여인의 손을 연상케 한다. 반면 이창호 9단의 손동작은 어눌하면서도 둔탁했다. 까마득한 하수 시절, 바둑공부는 안 하고 하루 종일 판 위에 돌 놓는 연습을 한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꽤 웃긴 일이다. <실전> 백1이 안 좋았다. 깊다. <해설1> 백1 정도면 충분했다. 이렇게 두어도 흑은 2로 지킬 것이다. 이래놓고 3으로 눌러갔으면 <실전>보다 좋았다. <실전>은 백에게 득이 없다. <실전> 흑14로 붙인 수는 <해설2> 백1로 젖혀 잡아주기를 원한 것. 흑은 2·4·6으로 활용하며 8로 호구를 치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 바둑은 이세돌의 3집반승으로 끝났다. 유창혁이 초반에 점수를 올렸지만 이세돌의 집요한 추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뒤집기를 허용하고 말았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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