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에대처하는스타들의자세①]스크린‘고통분담’vs드라마‘모르쇠’

입력 2008-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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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들이 일부 드라마를 잇따라 폐지하고 있다.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 원인의 핵심으로 스타급 연기자들의 높은 출연료가 꼽혀온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 주연급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반면 스크린에 나서는 배우들은 제작비 규모에 걸맞게 자신들의 출연료를 탄력적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지만 이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 드라마와 영화에 따라 자신들의 출연료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스타들. 과연 그들은 출연료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스포츠동아’가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최근 순제작비 10억원 안팎의 규모를 들인 영화 ‘영화는 영화다’와 ‘미쓰 홍당무’ 등 이른바 ‘작은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각각 소지섭과 공효진이라는 톱스타를 기용한 두 영화는 평단과 관객의 호응을 얻어냈다. 이 같은 호평 속에는 작품의 완성도와 함께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혹은 저력의 확인이라는 찬사가 섞여 있다. 특히 이들은 적은 제작비 규모에 걸맞게 자신들의 출연료를 낮춰 받았다. 영화 ‘밀양’의 송강호와 전도연도 그랬다. 전도연은 또 ‘멋진 하루’에서도 하정우와 함께 낮은 몸값으로 출연했고, 차승원은 일찌감치 ‘아들’에서 자신의 출연료를 한껏 낮추기도 했다. 김혜수 역시 ‘열한번째 엄마’에서 자신의 통상 출연료 아래 개티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홍상수 감독이 현재 촬영 중인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는 고현정, 김태우 등이 아예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이 밖에도 많은 배우들이 이 같은 사례에 거론된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이들에게 개런티는 일차적 고려 대상이 아니다”면서 “작품 완성도를 담보할 수 있느냐가 최우선 문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어려운 한국영화 상황에서 배우들이 저마다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드라마 등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얻지 못했던 새로운 이미지를 얻기 위 해 일부 유명 감독의 저예산영화에 출연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도 “어쨌든 영화 예산 규모에 맞게 출연료를 받겠다는 배우 스스로의 의지가 강한 것 아니냐”면서 합리적이라는 평가에 손을 들어준다. 최근 모 영화제작사는 영화 속 캐릭터에 맞는다고 생각한 배우에게 한 편의 시나리오를 건넸다. 제작비 규모가 20억원이 채 되지 않는 영화였고 아직 톱스타급이라고 하기에는 2% 부족한 배우는 시나리오를 검토한 뒤 자신의 통상 개런티보다 낮은 액수를 받아도 상관없다는 뜻을 전해왔다. 하지만 얼마 뒤 배우의 생각은 뒤집혔다. 매니지먼트사가 그의 통상 개런티를 고집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제작사는 영화를 위해 해당 배우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 예산을 줄여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영화를 제작해야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제작사로서는 가뜩이나 만성적인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그렇게 해서라도 영화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매니지먼트사가 왜 굳이 그런 주장을 굽히지 않았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매니지먼트사는 통상적으로 받아온 개런티라고 말할 뿐이다”면서 “제작비 규모가 적으니 그에 맞춰 출연료를 받을 수 없겠느냐는 말은 먹혀들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현재 경제 전반의 위기와 맞물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불황을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상황 탓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편당 수천에서 최고 억대까지 호가하는 톱스타들이 드라마 출연료 실체가 드러난 건 비교적 최근이다. 그동안 계약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톱스타들이 드라마 출연료 폭등은 업계에서 미확인 소문이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톱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는 소문 그대로였다. 고현정은 MBC ‘여우야 뭐하니’에 출연하며 회당 25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아직 20대 연기자인 윤은혜는 회당 2000만원. 김선아도 회당 12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회당 2000만원의 출연료는 16부작으로 가정할 때 3억 2000만원에 이르는 개런티다. 하지만 외주제작사의 개런티는 더욱 높다. 박신양이 ‘쩐의 전쟁’ 번외편 4회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며 제작사에 소송을 제기하며 그의 편당 출연료가 1억 5500만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박신양은 출연료 뿐 아니라 기획 등 제작에 참여한 대가가 포함된 금액이라고 밝혔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다. 박신양은 16부작으로 방송된 본 편에서도 편당 약 4000만원 내외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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