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잇기’‘끊기’…양金의수없는수싸움

입력 2008-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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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감독,랜들겨냥맞춤타선준비…‘잇기’노림수
‘잇느냐, 끊느냐’의 싸움이다. 야구는 흐름이 중요하다. 상대 수비를 뚫고 흐름을 타면서 ‘득점을 올리느냐, 아니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때론 홈런 한방이 승부를 결정짓기도 하지만, 대부분 득점은 ‘안타+적시타’의 단계적 접근으로 이뤄진다. 감독이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은 타순의 흐름을 좌우할 ‘연결고리’다. ‘오더의 귀재’로 불리는 SK 김성근 감독 역시 오더를 짤 때 상대 투수에 따라 가장 먼저 누구를 연결고리로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게임 양상에 따라 연결고리는 일반적으로 2번이 되기도 하고, 때론 6번이나 9번이 되기도 한다. 김 감독은 4차전에서 그동안 1번으로 나섰던 정근우를 6번으로 내리고, 1번 이진영-2번 박재상으로 테이블 세터를 구성했다. 1차전에서 공략에 실패한 상대 선발 랜들을 다분히 고려한 것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4차전에 앞서 “고영민이 살아나야 반격할 수 있다”고 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줄곧 2번을 쳤던 고영민은 가을잔치 들어 6번을 주로 쳤다. 그런데 묘하게 6번으로 간 뒤 부진이 계속됐고, 결국 김 감독은 3차전부터 고영민을 원위치시켰다. ‘익숙한 자리에서 다시 살아나’ 중심 타선으로 이어질 연결 고리를 해달라는 말이고, 그 성공여부에 따라 팀 운명이 달려있다고 본 것이다. 두산이 3차전에서 SK보다 6개나 많은 11안타를 치고도 2-3으로 진 것은 ‘연결고리’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령탑들이 고민하는 ‘잇기’와 ‘끊기’는 선발 라인업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구원투수, 특히 ‘원포인트 릴리프’는 수비측 감독이 상대 공격 흐름을 끊기 위해 내놓는 카드다. 반면 대타는 게임 후반 분위기를 이끌 또 다른 ‘연결고리’를 기대하고 내놓는 공격측 감독의 승부수다. 감독 뿐 아니라 경기 내내 양 팀 선수들도 ‘잇기’과 ‘끊기’를 반복하고, 거기서 수많은 머리싸움이 벌어진다. 배터리의 타이밍을 빼앗아 상대 내야를 흔드는 도루는 적극적 흐름 잇기의 대표적인 공격 패턴이지만, 반대로 시의 적절한 투수의 주자 견제는 일종의 끊기 작업이다. 야구에서 전력이 그대로 스코어에 반영되지 않는 건 ‘잇느냐, 끊느냐’의 싸움에서 승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잇기’와 ‘끊기’가 계속되는 싸움이 바로 야구다. 잠실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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