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을말하다’메모광김성근,그의펜은독했다

입력 2008-10-3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SK

틈만나면수첩에다끊임없이기록…신랄하고직설적관전평으로유명
《SK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으로 당당히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김응룡-김재박-선동열에 이어 4번째의 영광이다. ‘야인’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이제 한국프로야구사에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키며 ‘주류’로 부상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후에도 김성근의 야구인생과 철학을 조망하려는 시도가 다양한 각도에서 진행됐다. 대부분은 그의 구술에 기초한 ‘전기’에 가까웠다. 인간 김성근과 그의 야구를 올해는 좀 다른 시각, 타자의 눈을 빌려 보다 객관화된 평전으로 구성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SK 김성근 감독을 처음 만난 때는 그가 LG 감독을 그만두고 야인으로 머물러 있던 2004년 무렵으로 기억된다. 당시 지바 롯데 코디네이터로 부임하기 전이었던 김 감독은 모 스포츠신문에 관전평을 기고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점은 기자석에 수첩을 들고 앉아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메모하는 광경이었다. 대다수 관전평이 일단 구술을 하고, 기자가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관례였지만 김 감독은 자기가 직접 글을 쓴다는 후문이었다. 여기다 되도록 직설 화법을 피하고 완곡하게 표현하는 관전평의 보편적 선례와 판이하게 김 감독의 글은 신랄했고, 직설적이었다. 현장 감독들이 불편하게 여길 정도였다. 이후 김 감독과 직접 대면한 계기는 그가 SK 감독에 부임한 뒤 맞은 2007년 오키나와 캠프 때였다. 당시 오키나와 구시카와 캠프에 파견된 기자들을 위해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던 김 감독은 앉은 자리에서 5시간 이상 야구에 대한 강의를 했다. 단지 SK 선수에 대한 얘기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 야구의 세계화 등 화제의 스케일이 달랐다. 김 감독의 ‘강의’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감독 철학론인데 첫 대면에서 그는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LG 사령탑이었던 김 감독이 비록 패배했지만 적장인 삼성 김응룡 감독에게서 ‘야구의 신’이란 칭호를 얻었던 바로 그 경기였다. 김 감독은 나중에 “세상에 야구의 신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지만 “이기려고 집착하는 김응룡 감독의 수가 어느 순간 보이더라. 그러더니 불쌍해 보이더라”라고 회고했다. 돌이켜보면 김성근 야구의 터닝 포인트는 바로 그 마지막 패배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코디네이터를 거쳐 한국 무대에 복귀한 김 감독은 2007-08년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성취했다. 특히 그의 우승은 세밀한 시즌 플랜과 데이터와 직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김성근식 방식의 승리이기에 ‘야구의 신’다운 권위마저 부여된 듯한 느낌이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