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애인같은아내’별로예요

입력 2008-11-1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


어느 광고 카피에서 ‘애인 같은 아내’라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그런 아내와 살면 참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해 보니까 아내와 애인은 도저히 같아질 수가 없었습니다. 애인과 아내 사이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겠지만, 제일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게 바로 ‘돈’입니다. 애인은 어디를 놀러가든지 영화를 보러가든, 아니면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든 언제나 계산은 남자인 제가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어머 너무 좋다∼ 고마워 자기∼” 이렇게 한마디 할 뿐입니다. 특히 가족들 모임이나 친구들 모임에 가게 될 경우에는 제 옆구리를 쿡 찌르며 “자기야∼ 빨리 가서 계산해∼” 이렇게 말합니다. 친구와 가족들 앞에서 “우리 자기는 능력이 좋아∼ 다들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먹어∼” 하면서 있는 폼 없는 폼 혼자서 다 잡습니다. 제가 카드할부로 계산을 하든, 돈이 모자라 쩔쩔 매든 애인인 그녀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한 아내는 절대 모임에서 제가 돈을 내게 하는 법이 없습니다. 결혼을 하면 부부동반 모임, 가족 모임을 참 많이 하게 됩니다. 그 때마다 제 아내는 제 옷을 잡아당겨 계산대에서 가능한 멀리 서 있게 합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저희부부가 내야 될 상황이 되면, “오늘은 한집에서 계산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나온 것 같애∼ 우리가 다음에 낼 테니까 요번엔 분배하자∼ 다들 살기 힘든데 이렇게 큰돈을 한 집에서 계산하는 건 무리지∼” 이러면서 분위기를 얼마나 잘 주도하는가 모릅니다. 그렇게 여자는 애인일 때 남자의 지갑을 열게 만들고, 아내가 돼서는 지갑을 닫게 만듭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인 앞에서는 지갑을 열고, 아내 앞에서는 지갑을 닫게 되는 게 똑같습니다. 애인에게 속옷 선물을 할 때는 제일 비싸고, 가장 신제품이고, 그리고 가능한 그 집에서 제일 멋진 걸 골라 선물합니다. 하지만 아내한테는 무조건 싸고 편한 게 좋습니다. 그리고 정확한 사이즈를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큰 걸로만 삽니다. 그리고 애인과 옷 사러 갈 때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당장 백화점으로 가서 같이 옷을 고르지만, 아내와 옷을 사러 갈 때는 절대 그런 법이 없습니다. 항상 집에 쌀이나 뭔가가 떨어졌을 때 아내 옷도 같이 사러 가고, 장소는 늘 마트로 향합니다. 그리고 같이 옷을 고르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저는 전자제품 코너에 있고, 아내는 옷가게 코너에서 옷을 고릅니다. 계산할 때만 “여보∼” 하고 저를 부릅니다. 물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내와 애인은 같아질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살면 살수록 ‘애인 같은 아내’는 꿈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남 무안 | 홍종호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