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일차도발실패

입력 2008-11-17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국에서 변변히 힘 한 번 못 써보고 무너진 이세돌이 칼을 갈고 나왔다. 이 한 판을 진다면 게임 종료. 천하의 이세돌이 까마득한 후배에게 0-2로 완패한다면 본인은 물론 팬들조차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실전> 백1이 이세돌의 새로운 시도. 잘 두어지지 않는 수이다. 보통의 발상이라면 <해설1> 백1로 두는 것이다. 흑은 2·4로 나와 끊어 한바탕 싸움을 준비하게 된다. 새로운 시도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시도라 할 수는 없다. <실전> 흑2의 급소자리를 얻어맞으니 백이 피곤해져버렸다. 이세돌 바둑의 비밀은 ‘도발’에 있다. 상대로 하여금 투지가 끓어오르게 만든다. 흥분은 때때로 빈틈을 생성한다. 이세돌은 눈빛을 빛내고 있다가 그 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나 이세돌이라 해서 늘상 재미를 볼 수만은 없다. 도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쪽이 틈을 내보여야 한다. 그러다 상대의 날카로운 수법에 먼저 허를 찔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를테면 <실전>의 백1처럼. 홍성지의 반격이 끈질기다. 이세돌은 쓴 입맛을 다시며 백13까지 처리했다. <실전> 백9로 는 수는 어쩔 수 없다. 평범하게 둔다면 <해설2> 백1로 연결하는 것. 그런데 흑2에 백은 3으로 늘어야 한다. 흑2가 워낙 좋다. 중앙을 향한 흑의 자세가 단단하기 그지없다. 실전의 호구와 비교해 보시라. 1국을 손쉽게 이긴 홍성지의 손끝에서 자신감이 뚝뚝 떨어진다. 마음을 비우고 두니 행마가 가벼울 수밖에 없다. 무릇 바둑은 가볍게 둘 수 있어야 한다. 돌이 무거워지면 버려야할 때 버릴 수 없게 된다. <실전> 흑14를 본 이세돌이 한 차례 심호흡을 한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갈 길은 바쁜데 여전히 이 백 대마가 발목을 잡고 있다. 돌이 무거워지고 있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