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기자의와인레터]신맛나는레몬이와인을부드럽게한다?

입력 2008-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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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로 가야, 크리스토퍼 살랑, 크리스틴 포르네르 등 와인 업계의 쟁쟁한 실력자들이 이달 내한하는 가운데 조촐하지만 와인에 대한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 두 개의 재미난 행사가 열렸다. 음식과 와인 매칭에 대한 눈을 뜨게 해 준 ‘베린저 와인&푸드 매칭’과 산지에 따라 같은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 지 비교한 ‘호주 와인 산지별 비교 테이스팅’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두 행사를 짚어봤다. ○베린저 와인&푸드 매칭 14일 열린 베린저 와인&푸드 매칭 행사는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했다. 다섯 가지 와인과 사과, 레몬, 소금, 두부, 김치 등 다섯 가지 음식을 놓고 번갈아 맛을 봤다. 각각의 와인은 음식 맛에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단 맛이 나는 사과를 먹은 뒤 화이트 진판델을 마시자 산도가 높아졌다. 반대로 신 맛을 내는 레몬을 한 입 벤 뒤 마시자 이번에는 부드러워졌다.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로 와인의 맛을 변화시켰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베린저 교육 선임 매니저 제리 컴포트에 따르면 모든 와인은 다섯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①부드럽고 달콤한 화이트 와인 ②드라이 화이트 와인 ③오크 풍미가 있는 드라이 화이트 와인 ④가벼운 탄닌의 레드 와인 ⑤미디엄에서 강한 탄닌의 레드 와인이 그 것이다. 맛은 달고, 시고, 쓰고, 짜고, 단백질 맛(우마미)으로 나뉜다. 단맛과 단백질 맛이 우세한 음식은 와인의 산도, 쓴맛, 탄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반대로 신맛과 짠맛이 강한 음식은 부드럽고 달게 한다. 컴포트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스타일을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눈다. 우선 단맛과 단백질 맛이 우세한 음식은 부드럽고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과 어울린다. 신맛이 두드러진 음식은 오크 풍미와 탄닌이 적은 와인이 좋다. 소금간이 잘 된 음식은 복합적인 맛을 북돋아 다양한 종류의 와인과 쉽게 매칭할 수 있고, 디저트를 먹을 때는 더 단 디저트 와인을 마신다. ○호주 와인 산지별 비교 테이스팅 두산주류BG는 12일 호주 대표 와이너리 하디스 홍보대사 빌 하디를 초청해 호주의 대표 포도품종 쉬라즈를 놓고 와인 산지별 비교 테이스팅을 했다. 남호주주의 대표 산지인 맥라렌 베일, 클레어 밸리, 바로사 밸리에서 생산한 쉬라즈 품종으로 만든 와인 틴타라 쉬라즈, 엘린 하디 쉬라즈, BVE E&E 블랙페퍼 쉬라즈가 ‘시험대’에 올랐다. 후추맛과 스파이시한 맛이 나는 쉬라즈의 특성은 공통적으로 배어났지만 차례로 시음하자 놀랍게도 각 산지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우선 맥라렌 베일에서 나온 틴타라 쉬라즈는 질감은 부드러운 벨벳의 느낌을 내면서 스파이시함은 덜했다. 구릉지대인데다 다이내믹한 기후 변화가 영향을 준 때문이다. 클레어 밸리, 맥라렌 베일, 패서웨이에서 재배하는 포도를 선별해 만든 엘린 하디 쉬라즈는 더욱 복합적인 맛과 구조감을 표현했다. “클레어 밸리는 일교차가 크고, 차가운 밤 기온이 포도가 익는 과정을 늦춰 품질을 높였다”고 빌 하디는 설명했다. 바로사 밸리의 포도로 만든 BVE E&E 블랙페퍼 쉬라즈는 풀바디와 강한 향에 부드러운 탄닌으로 특징지어진다. 여름에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가 강건한 와인을 만들었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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