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첫돌앞둔한·일축구사령탑의현주소?

입력 2008-11-22 0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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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나란히 지휘봉을 잡은 양국 감독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지난해 말 비슷한 시기에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던 허정무 감독(53, 한국)과 오카다 타케시(51, 일본) 감독이 취임 첫 돌을 앞두고 있다. 의심과 기대 속에서 출발한 두 감독의 위치는 1년 새 뒤바뀌었다. 주변의 우려 속에 지난해 12월7일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은 지난 20일(한국시간) 리야드에서 펼쳐진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에서 홈팀 사우디아라비아를 19년 만에 꺾으며 찬사를 받고 있다. 반면, 허 감독보다 나흘 앞서 따뜻한 기대와 응원 속에 일본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던 오카다 감독은 사임 위기 직전에 치른 최종예선 A조 3차전 도하 원정경기(20일)에서 카타르를 3-0으로 꺾으며 한숨을 돌렸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줄곧 체질개선을 고집해왔던 허 감독이 조금씩 호평을 받고 있는 반면, 오카다 감독은 더딘 세대교체와 전술의 일관성 부족으로 살얼음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감독의 사정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뒤바뀐 것은 아니다. 이들은 양국 대표팀 취임 시기가 비슷한 것 이외에도 외국인 감독 통치시대의 처음과 끝을 여는 아이러니까지 여러가지로 닮은 점이 많았다. 그러나 ′조호루발의 기적′(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이란전서 연장전 끝에 3-2승리로 월드컵 본선 진출티켓 획득)으로 일본축구를 사상 첫 월드컵 무대에 올려놓았던 오카다 감독과 200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실패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허 감독의 취임을 바라보는 양국 팬들의 온도차는 컸다. 감독 선임과정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허 감독은 아시안컵2007 3, 4위 결정전 직후 자진사퇴한 핌 베어벡 전 감독 이후 석 달 동안 진행했던 외국인 감독 영입전에서 실패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심야회의 끝에 하루 만에 졸속선임했다는 의혹의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세르비아 출신의 이비차 오심 전 감독이 급성뇌경색으로 쓰러졌던 당시 일본축구협회(JFA, 회장 이누카이 모토아키) 특임이사를 맡고 있던 오카다 감독이 ′이제는 국내 지도자′라는 명분 하에 비장하게 재취임한 성격이 강했다. 두 감독은 지난 2월 23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2008동아시아선수권대회 결선리그 3차전에서 만나 1-1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다득점에서 앞서 대회 우승을 차지한 허 감독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월드컵 3차예선부터 두 감독의 위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카다 감독은 3월26일 치른 바레인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해 최종예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허 감독 또한 5월31일 요르단전에서 2골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2 무승부를 기록,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허 감독과 오카다 감독은 고생 끝에 팀을 최종예선에 올려 놓았지만, 부진은 이어졌다. 9월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올해만 4번째 만난 북한을 상대로 득점없이 무승부를 거둔 허 감독은 ′감독교체설′에 시달리며 곤경에 처했다. 오카다 감독 역시 9월6일 바레인 원정에서 3-2로 힘겹게 승리를 거둔데 이어 10월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를 1-1 무승부로 마치자 역시 해임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이청용(20), 기성용(20, 이상 서울) 등 신예를 비롯해 정성훈(29, 부산), 김형범(24, 전북), 조용형(25, 제주) 등 K-리거들을 앞세워 10월15일 아랍에미리트(UAE)를 4-0으로 완파하며 바닥을 쳤고, 사우디까지 2-0으로 꺾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오카다 감독은 카타르를 3-0으로 완파했으나 냉담하게 변한 국내 분위기를 완벽하게 바꿔 놓지는 못했다. 이들은 오는 2009년 2월11일 나란히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허 감독은 테헤란 원정에 나서 사우디와 함께 중동의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란을 상대하며, 일본은 베어벡 감독 체제 하에 최종예선 A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호주와 홈경기를 치른다. 19년 만의 사우디전 승리로 여유를 찾은 허 감독이 이란 원정에서 최소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확보해도 다음을 바라볼 수 있는 반면, 오카다 감독은 호주를 꺾지 못하면 또다시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해 농사를 마치고 3개월 간의 휴식에 들어간 두 감독이 과연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흐름을 이어갈지 지켜 볼 일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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