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오브드림]파이어세일의‘허와실’

입력 2008-1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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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현금트레이드100만달러로제한이유
위키피디아(Wikipedia)를 보면 ‘파이어 세일(fire sale)’은 엄청난 디스카운트로 물건을 파는 것을 의미한다. 판매자는 부도나 자금압박 등에 직면했을 때 파이어 세일을 하게 되며, 화재로 인해 물건에 큰 손상을 입어 싸게 팔 수밖에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고 부연설명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파이어 세일’의 사례를 찾아보면 1997-1998년의 플로리다 말린스를 꼽을 수 있다. 플로리다는 1997년 창단 5년만에 ‘신데렐라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1997년과 바로 다음해인 1998년을 비교해보면 주전야수 8명 중 7명의 얼굴이 바뀌었다. 선발투수 5명 중 1명만 남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1년만에 92승 팀에서 54승 팀으로 전락해버렸다. 사실 파이어 세일의 원조는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다. 50년 넘게 감독생활을 했던 코니 맥은 팀의 구단주이기도 했다. 우승을 한 뒤 구단운영을 위해 스타선수들을 타구단에 팔아 넘겼다. 맥은 이런 대규모 세일을 그의 집권기간 동안 3번이나 단행했다. 선수를 판 이후 성적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지만 자신이 구단주인지라 성적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있었다. 우승에도 불구하고 팀의 적자폭이 크자 당장의 아픔을 감수하고 수년 뒤 다시 정상을 노리겠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 없이 현실을 모면하기 위한 세일이 반복되면 이는 소속 선수는 물론 팬들에 대한 로열티를 저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리그 전체의 심각한 전력 불균형까지 초래하게 된다. 선수의 평균연봉이 300만달러에 육박하는 메이저리그에서 현금 트레이드로 100만달러 이상이 오고 갈 수 없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선수를 팔아 구단 운영을 할 정도의 문제라면 정상적인 팀 운영을 할 수 없다는 뜻인데, 결국 다수의 메이저리그 팀과 소수의 마이너리그 팀이 같은 리그에서 뛰면서 리그 수준은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팬들에게 외면당하는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10개 혹은 8개 팀 등 짝수로 구성된 리그가 보기에는 좋을 것이다. 팀의 확장은 리그의 부흥을 대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분야나 시장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필요할 것이다. 자유경제시장에서 구매자가 없거나 줄게 된다면 파는 입장에서도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억지로 현재의 조직을 유지하려다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일보의 후퇴가 2보, 3보의 전진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은가. 물론 구단 축소는 선수의 입장에서 보면 당장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적인 문제를 낳는다. 그러나 불과 수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거대 기업마저 구단을 포기하는 상황도 있었다. 그 반대 현상도 충분히 수년 내에 일어날 수 있다. 모든 이의 인생사가 그렇듯 잠시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면 희망찬 미래로 갈 수 있는 길 역시 분명히 존재하리라 믿는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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