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먼저기세를부리다

입력 2008-1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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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지는 해설 중간 중간 “가만, 내가 어디다 뒀더라 …”하면서 머뭇거렸다. 그 모습이 재미있다. 둔 지 며칠 되지도 않은 바둑, 그것도 자신에게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안겨준 바둑의 수순을 헛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창호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저단시절, 그러니까 아직 스승 조훈현 9단의 집에 머물며 수학하던 때의 일이다. 사제지간이라 해도 스승이 매일 제자를 붙들어놓고 바둑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가르칠 수준이 아니기도 했거니와, 스승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바쁜 프로기사였다. 그래서 가끔이지만 스승이 제자를 불러 “최근 둔 바둑 한 번 놓아 보거라”하는 기회는 참으로 소중했다. 그런데 자신의 바둑을 놓아가는 수순이 왕왕 틀렸다. 이창호는 복기가 서툴렀다. 스승은 도무지 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프로는 물론 연구생들도 어지간해선 틀리지 않는 복기를 이창호가 헤매고 있다니! 그래서 ‘복기=실력’은 아니다. 어쩌면 이창호는 요즘도 자신의 바둑 수순을 헛갈려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금 천하에서 ‘이창호는 복기도 못하는 하수’라 칭할 만큼 광오한 인간이 어디 있으랴. <실전> 흑1은 무리로 보인다. <해설1> 1로 치고, 백2·4에는 흑3·5로 늘어가는 것. 백6에는 흑7이다. 이것이 무난한 흐름일 것이다. <실전>의 흑 행마는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흑7 호구도 안 좋았어요. <해설2> 1로 두어 처리하는 것이 <실전>보다 좋았거든요.” <실전>은 흑이 2선을 납작하게 기고 있다. 어쩐지 상대의 가랑이 밑을 지나는 느낌이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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