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의독립군‘인디밴드’…세상에나온그들‘교주’가되다

입력 2008-11-25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인디가수들이 작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들(idol)그룹 음악 일색인 가요계에 ‘다양성’이라는 무기를 가진 인디가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특히 장기하와 얼굴들, 요조, 보드카레인 등이 기존 인디가수라면 떠올리는 이미지에서 탈피, 저마다 개성넘친 음악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받고 있다. 21일 밤 방송된 KBS 2TV ‘이하나의 페퍼민트’를 통해 첫 신고식을 치른 ‘장기하와 얼굴들’이 대표적이다. 이날 ‘싸구려커피’와 ‘달이 차오른다, 가자’ 두 곡을 선보인 이들은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아뿔싸 담배꽁초가(중략)(‘싸구려커피’ 중)’ 등 솔직한 가사와 팔을 양쪽으로 뻗어 흐느적거리는 독특한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다. 장기하는 독창성 있는 음악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뮤지션. 오버그라운드로 나온 지 불과 며칠 만에 ‘장교주’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인기몰이중이다. ○장기하, 요조, 보드카레인...참신한 음악과 대중성 겸비, 2007년 인기리에 방영된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OST ‘커피한잔 어때?’로 많은 사랑을 받은 요조도 ‘인디의 메카’ 홍익대학교에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가수다. 또한 정규 2집 ‘보드카 플레이버’를 발표하고 타이틀곡 ‘100퍼센트’로 활동중인 보드카레인은 ‘인디영웅’이라고 불리고 있는 실력파 밴드다. 인디가수들의 오버그라운드행은 1998년 ‘말달리자’를 발표한 1세대 인디밴드 크라잉넛부터 본격화 됐다. 하지만 2005년 음악 프로그램 생방송 도중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한 카우치 사건 이후 작게나마 열렸던 문이 굳게 닫혀버렸다. 실력을 인정받아 인디 레이블이 아닌 메이저 레이블에 소속돼 활동하는 인디가수들도 생겨났지만 사회반항적인 인디 이미지 때문에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또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다른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받게 되면서 다른 인디가수들에게 ‘독립적으로 음악을 제작’한다는 인디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난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 수공업’으로 앨범을 제작한 장기하나 목소리 하나만으로 사랑 받고 있는 요조, 작곡·작사는 물론 연주, 프로듀싱, 재킷 디자인까지 모든 작업에 참여한 보드카레인 등의 두드러진 활약은 눈길을 끈다. ○“무대 4000번 올라도 돈 번 건 6만원”…경제적 성공도 이루는게 관건 그러나 실질적으로 인디가수가 오버그라운드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인디 관계자들은 현재 수백 개의 인디밴드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인디밴드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인디그룹은 “무대에 4000번 올랐지만 돈을 벌어본 건 6만 원이 전부”라고 고백할 정도다. 오버그라운드로 나오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자본력에 밀려 생존은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인디밴드들이 오버그라운드로 나오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과 자신들의 음악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보드카레인은 “모든 뮤지션의 지향점은 음악을 널리 알리고 그 음악을 통해 좀더 많은 사람들과 교감하는 것”이라며 “언더와 오버의 차이는 방송 활동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사소한 차이지만 음악을 널리 알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큰 차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 인디밴드 관계자는 인디 음악이 최근 다시 붐을 이루는 것에 대해 “댄스 아니면 발라드로 나뉜 획일화한 가요시장에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음악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까지는 단순히 독특한 음악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인디음악이 한 장르로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