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사극‘외조3인방’…‘여왕의남자’들은로맨티스트

입력 2009-0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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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남자들’이 몰려온다. 올해 지상파 3사가 방송하는 대형 사극의 공통점은 여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점. 시대배경 역시 고구려, 고려 등으로 달리하고 각 시기를 대표하는 여걸들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이처럼 여성주의 사극 붐 덕분에 드라마에 등장하는 새로운 물결은 바로 남자들의 성 역할 변화. 그동안 ‘권력지향형’으로 그려진 사극 속 남자 주인공들이 여성물결과 맞물리면서 ‘외조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대를 모으는 화제작은 방송 중인 KBS 2TV ‘천추태후’(극본 손영목·연출 신창석)와 2월 말 방송 예정작 SBS ‘자명고’(극본 정성희·연출 이명우), 5월 시청자를 찾는 MBC ‘선덕여왕’(극본 김영현·연출 박홍균)까지 3편이다. ○여왕 때문에… 사극 ‘외조 3인방’ 등장 대형 사극 3편 속 ‘외조 3인방’의 특징은 권력 대신 사랑을 택하는 ‘지고지순형’이다. ‘천추태후’의 김석훈, ‘자명고’ 정경호, ‘선덕여왕’ 엄태웅이 그 주인공. 이들이 맡은 역할은 모두 장군 혹은 군왕이지만 성격은 ‘사랑 앞에 무너지는 남자’다. 첫 방송부터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천추태후’의 김석훈은 잔 다르크를 방불케 하는 여주인공 천추태후(채시라)에게는 일생 연인이다. 고려의 멸망을 노리고 접근하지만 이내 사랑에 빠져 자신의 목적 대신 연인을 위해 희생하는 인물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신라의 명장 김유신으로 나서는 엄태웅의 상황도 비슷하다. 선덕여왕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로맨티스트. 그동안 권력의 선봉에 선 주인공으로 익숙했던 사극 속 남자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고구려 호동왕자로 분하는 정경호는 초·중반 사랑을 권력쟁취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독한 면모를 보이지만 결국엔 평생 연인 자명고(정려원)와 함께 목숨을 끊으며 운명을 받아들인다. 이로써 김석훈, 엄태웅으로 이어지는 ‘외조 3인방’이 완성되는 셈이다. ○시대 배경의 확대…남녀의 성 역할도 변화 사극 속 성 역할의 변화는 조선시대에만 국한됐던 시대 배경이 다양한 시기로 확대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철저한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 사극은 그동안 장희빈, 명성황후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줄곧 남성중심 이야기로 완성돼 왔다. 반면 올해 방송하는 3편의 사극 무대는 고려부터 고구려, 낙랑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남녀의 성 구분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것으로 알려진 고려의 경우 여장군 천추태후의 삶을 전면에 다루면서 이목을 끄는 중이다. 이와 관련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사극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등장인물의 표현범위의 벽도 허물어지는 중”이라며 “최근 현대극에서도 남녀의 대결보다는 남자의 희생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이런 경향이 사극에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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