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넘기힘든기록경신의벽

입력 2009-01-23 1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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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송진우, SK의 조웅천 등 오랜 선수 생활로 출전할 때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투수들은 인터뷰를 통해 “오래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들이 이미 은퇴를 하고, 코치 유니폼을 입고 있을 나이에 여전히 그라운드를 호령하고 있으니 누적 기록을 깨뜨리는 일은 그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그러나 모든 기록이 열심히 하면서 시간만 지나면 나도 모르게 뒤따라오는 건 아니다. 이승엽은 55호에서 한 개를 더 때린 56호를 기록해 오사다 하루(1964년), 터피 로즈(2001년), 알렉스 카브레라(2002년)가 일본 리그에서 가지고 있던 아시아 홈런 신기록(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진 모르겠지만)을 깨는데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지체되며 무려 1주일이 걸렸다. 새로운 숫자를 의식하는 순간 기록은 그냥 시간만 지나면 날 수 있는 평범한 산물이 아니게 된다. 양준혁은 시즌 초반의 지긋지긋한 부상 후유증으로 홈런을 8개밖에 때려내지 못하며 장종훈이 가지고 있던 1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타이기록 경신 실패는 물론, 역시 장종훈의 통산 최다 홈런 340호에도 딱 하나 모자란 339호에 정체된 채 시즌을 마쳤다. 2개만 더 때렸으면 16년 연속 기록에 통산 홈런까지 갈아치울 수 있었지만 신기록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신기록은 아니지만 본인만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수치를 앞에 두고 은퇴해 아쉬움을 남기는 스타들도 있다. 지난해 초 선수 생활을 그만하기로 한 삼성의 김한수에게는 통산 1,500경기 출장에 3경기를, 150홈런에 1개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갑작스런 팀 해체와 FA 계약 무효화로 은퇴 위기까지 몰렸던 히어로즈의 김동수는 자칫 개인통산 199홈런에서 선수 생활을 마칠 뻔했다. 다행히(?) 2007년의 3억원에서 무려 73.7%나 삭감된 8천만원에 사인하며 선수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그는 훈련 부족으로 인한 공백에서 벗어나 지난여름에서야 시즌 1호이자 통산 200번째 아치를 그려내며 감격을 맛봤다. 199에서 200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1개월이었다. 기록의 사나이 송진우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3,000이닝에 단 4.1이닝만을 남겨두었다. 지난해 한 두 경기 더 나와 깔끔하게 달성했으면 더 좋았을 뻔 했지만, 어차피 선수 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을 만큼의 심각한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면야 3천 이닝 돌파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넘을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조차 어려운 기록 경신의 벽도 있다. 송진우와 같은 팀의 또 다른 레전드 정민철이 그 주인공. 2007년 5월에 마지막 완투승을 거둔 정민철의 완투 행진은 그 뒤로 쭉 정체돼 있다. 1번만 더 완투승을 따낸다면 통산 6번째 50완투승의 주인공이 되지만 지난해 정민철은 퀄리티 피칭도 힘든 투수로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 2007년의 마지막 완투승을 완봉으로 장식해 역대 2번째 20완봉승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정민철. 하지만 20완봉승 역시 19완봉승이 나온 이래로 무려 7년 7개월이 지나서야 얻을 수 있었던 열매라는 걸 감안하면 그 누구도 정민철의 50완투승의 달성 여부를 예견하기 힘들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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