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큰잔치>‘늦깎이’장신피봇이준희,남자핸드볼기둥될까?

입력 2009-02-10 0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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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SK핸드볼큰잔치 남자부 예선 B조에 출전한 성균관대에는 다른 선수들보다 유독 큰 한 선수가 눈에 띈다. 올해 졸업반이 되는 피봇 이준희(24)가 주인공이다. 196cm의 장신인 이준희는 이번 대회 남자부 출전선수 가운데 ´월드스타´ 윤경신(36. 두산. 203cm)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키를 자랑하며, 남자부 10개팀 피봇 중에서는 가장 크다. 190cm인 국가대표 피봇인 박찬용(29. 인천도시개발공사)과 박중규(26. 두산)보다 6cm나 큰 이준희는 큰 키에 힘까지 갖춰 국내 남자 핸드볼에서는 보기 드문 재목이다. 신체 조건만 놓고 보면 왠만한 유럽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타이프이다. 피봇은 골라인 중앙에서 수비수들에게 둘러싸여 몸싸움을 펼치는 가장 고된 포지션이다. 그러나 이준희는 9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가진 조선대와의 핸드볼큰잔치 예선 B조 1차전(21-19승)에서 수비수 2~3명이 달라붙는 가운데서도 이를 이겨내며 슈팅을 연결하는 놀라운 힘을 과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핸드볼을 시작한지 이제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준희가 핸드볼 공을 처음 만져 본 것은 고대부고 2학년이던 지난 2003년이다. 다른 선수들이 늦어도 중학교 입학부터 핸드볼 공을 만졌던 것에 비하면 한참 늦은 시작이었다. 원래 태권도 선수였던 그는 고대부고 전학 후 체육선생님으로부터 핸드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이후 선생님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찾아가 설득에 나서는 등, 제안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결국 핸드볼과 인연을 맺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준희는 최태섭 감독이 이끄는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고, 결국 2005년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2007년 마케도니아에서 열린 국제핸드볼연맹(IHF)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하기도 했던 최 감독은 이후 이준희를 혹독히 지도했다. 이준희는 지난 1월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IHF 남자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감격을 맛봤다. 비록 이준희는 박중규, 박찬용 등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세계 유수의 강호들이 펼치는 경기를 눈 앞에서 지켜보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최 감독은 이준희가 빼어난 재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최 감독은 9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가진 조선대와의 핸드볼큰잔치 예선 B조 1차전(21-19승)을 마친 뒤, "이준희는 한국 핸드볼 환경에서 찾기 힘든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다. 내가 데리고 있는 선수라서 이같은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니다"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선수이지만 경기 집중력과 슈팅 능력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 점만 이뤄지면 분명히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 전후반에 걸쳐 4득점을 기록한 이준희는 "최근 운이 좋아 국가대표까지 선발되고 나서 주변의 기대치도 커져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들보다 늦게 핸드볼을 시작한 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크로아티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열심히 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희는 "처음 핸드볼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핸드볼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버렸다"며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시작은 늦었지만 큰 키만큼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늦깎이´ 이준희가 과연 주변의 기대치만큼 성장해 1988서울올림픽 이후 20여년 만에 부활의 기지개를 켠 한국 남자 핸드볼을 이끌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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