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Ms.박의라이브갤러리]예술의마술,나랑사랑할래요?

입력 2009-0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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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사랑한조각가,위대한사실주의화가?예술마법에빠진화가!
삼국사기에는 한 신라인이 황룡사 뒷벽에 늙은 소나무를 그린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이야긴즉슨 그가 그린 소나무가 진짜 소나무처럼 너무나도 생생해서 지나가던 새들이 이것을 보고 벽으로 날아들다 부딪혀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생생한 소나무를 그린 주인공이 바로 솔거이다. 그리스 신화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피그말리온이라는 키프로스의 왕이 있었는데, 그는 뛰어난 조각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어느 날 아름다운 여성을 조각하고 나서 그만 그 조각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조각과 사랑을 나눌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고, 아틀리에로 돌아와 조각에 입을 맞추자 조각이 사람으로 변하여 걸어 내려왔다. 이 여성이 바로 갈라테아다. 만약에 솔거와 피그말리온이 오늘날 생존하는 인물이라면 그들은 ‘극사실주의’ 화가로 불릴 확률이 높다. ‘극사실주의’(hyper-realism)는 말 그대로 리얼리즘, 즉 어떤 대상을 생생하고 완벽하게 그리는 것을 극단적으로 밀고 간 미술의 한 경향이다. 슈퍼리얼리즘, 포토리얼리즘으로 불리기도 하는 하이퍼리얼리즘은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일어나 오늘날까지도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미술이다. 고영훈, 도성욱, 배준성, 안성하 등 이른바 미술시장에서 잘나간다는 작가들이 모두 극사실주의 경향의 그림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솔거가 그린 소나무는 실제 소나무가 아니며, 피그말리온이 조각한 갈라테아 역시 마찬가지다. 솔거의 소나무는 이차원의 캔버스에 그린 소나무의 이미지이며, 피그말리온의 갈라테아는 대리석의 조각상일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미지의 숙명이 시작된다. 이미지는 어떤 대상으로부터 받은 느낌인데, 그 느낌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아무리 생생히 표현한 들 그것은 이미지, 즉 가짜 또는 환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아주 사실적인 그림도 사실과는 다른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는 마술이며, 힘이다. 가령 땅바닥에 떨어진 가족사진을 발로 밟았을 때의 움찔함을 생각해보자. 종이에 불과한 사진 한 장을 밟았을 따름인데 왜 우리의 마음이 그토록 편하지 않은 것일까? 왜냐하면 사진 이미지가 가족에 대한 나의 감정까지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영어의 ‘image’와 마술(magic)의 옛말인 ‘magie’는 같은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현실을 드러내주는 역할을 담당했던 이미지의 위상은 오늘날에 와서 승격되었다. 이미지가 현실을 압도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그것을 더 믿고 따르게 된 것이다. 피그말리온의 갈라테아는 영화에서, 애니메이션에서, 게임에서 새로운 인물로 탄생하여 대중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 이미지의 관건은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의 생성이다. 박 대 정 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미술 전시를 꿈꾸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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