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차의 경쟁력
생각해보면 밥차의 경쟁상대는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의 중국집과 분식집 등 외식업체들을 세계 최고 수준의 배달능력을 자랑한다. 특히 최근에는 도시락집도 많다. 하지만 한 제작부 스태프는 “스태프들에게 도시락으로 2끼만 연속해서 주면 바로 욕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중국집? 피자? 뭐니 뭐니 해도 따뜻한 밥과 국이 있는 밥차가 최고다“
밥차의 매력을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 찾은 전주종합촬영소의 ‘여고괴담5’ 촬영현장.
이날 점심은 된장국과 밥, 김치와 김이 기본. 돼지고기 제육볶음이 이날의 메인 메뉴. 그리고 멸치조림, 장조림, 송이버섯볶음이 반찬으로 나왔다. 후식은 딸기였다.
‘여고괴담5’ 현장을 맡은 밥차 사계절은 낮 12시에 완벽한 준비를 마치고 대기했다. 오전 촬영이 끝난 시간은 12시30분. 약 70여명의 촬영진은 1분도 기다리지 않고 따뜻한 밥과 국, 제육볶음을 먹을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지 원하는 시간에 따뜻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밥차의 큰 매력이다. 스케줄이 늘 유동적인 영화촬영 현장에 이보다 좋은 안성맞춤이 없다. 밥차의 1인당 한 끼 식대는 4000원. 제작사 입장에서도 더 싼 가격에 훌륭한 식단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동할 필요 없이 현장에서 바로 세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시간이 곧 돈인 영화제작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엄청나다.
○막내 스태프부터 톱스타까지...밥차 앞에선 모두 평등
밥차의 또 다른 특징은 배식할 때 모두 평등하다는 원칙이다. 주연을 맡은 톱스타든, 이제 막 현장에 입문한 막내 스태프든지 모두 줄을 서 같은 음식을 직접 가져다 먹는다. 식단도 주인공이 아닌 아닌 철저히 현장 스태프 위주다. 사계절 김태완 사장은 “스태프들이 힘을 많이 쓰기 때문에 육류를 항상 준비한다. 솔직히 주인공들은 스태프보다 돈이 많으니까 밖에서 사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태프들은 시간도 빠듯하기 때문에 잘 챙겨줘야 한다”며 웃었다.
가끔 예외는 있다. 채식주의자나 특정 음식을 못 먹은 배우를 위해 다른 반찬을 준비하기도 하고 그날 가장 고생한 스태프를 위해 특별반찬을 준비하기도 한다. 9일 ‘여고괴담5’ 촬영장에서도 배식이 모두 끝난 후 달걀 프라이 10개를 급히 요리했다.
제작사 대표나 감독, 주인공들 몫이라 예상했던 달걀 프라이의 주인공은 조명부 스태프들. 이날 촬영 때 조명기구 설치로 가장 고생했다는 것. 아무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밥차만의 특별 서비스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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