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돌아왔다’천둥의음성,돈코사크합창단

입력 2009-03-30 08: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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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그리스의 억류자 수용소. 하루하루 고통과 불안감으로 가득 찬 암울한 공간 속에서 남자들의 신음과도 같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들에게 노래는 삶에 대한 한 가닥 남은 희망이자 자존심이었다. 고국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러시아의 감성적 선율에 실어 부른 이들의 노래는 삽시간에 주위로 번져나갔다. 이들이 불가리아로 이송되었을 때 합창단의 수는 엄청나게 증가했고, 이미 세상 사람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합창단의 설립자 세르게이 야로프는 자신의 합창단과 함께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있는 러시아공사관교회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노래를 했다. 이듬해인 1922년. 드디어 그리스의 수용소 한 구석에서 시작됐던 이들의 합창이 공식적인 연주회 무대 위에 올랐다. 결과는 대성공. 이것이 바로 오늘날 세계인의 마음을 쥐흔들고 있는 러시아 최고의 남성 합창단 돈 코사크의 탄생비화이다. “그들은 분명 세상 밖 어딘가에서 온 것 같다.” “천둥번개와 같은 그들의 음성에 나는 매료되고 말았다. 감히 무엇과 이들의 공연을 비교할 수 있을까?” “음악이 곁들여진 황홀한 만찬. 이들의 공연은 참으로 완벽한 만찬이었다.” 음악계가 돈 코사크에 보내는 찬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14명의 단원, 지휘자 한 명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장중’이나 ‘황홀’따위의 형용사 하나로 표현할 만한 게 아니다. 그것은 천둥이 되어 공연장을 울리고, 번개가 되어 청자의 가슴에 내리꽂힌다. 러시아를 알고 싶다면, 이들의 슬픔과 감정의 여울짐을 깨닫고 싶다면 돈 코사크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볼 일이다. 돈 코사크 합창단이 4월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1기 합창단은 1979년에 해산됐고, 이들은 12년 후인 1991년에 재창단된 2기 돈 코사크이다. 오리지널 합창단원이었던 반야 훌리브카와 게오르그 팀첸코가 팀 창단의 중심이 됐다. 반야 훌리브카는 돈 코사크의 지휘자로 변신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그가 지휘를 맡는다. 돈 코사크의 ‘대부’ 세르게이 야로프의 후계자로서 한 치도 손색이 없는 음악성으로 돈 코사크의 음악을 ‘목소리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해 4월에도 내한했던 돈 코사크는 불과 14명으로 수 백 명 합창단이 부르는 듯한 가공할 볼륨감을 과시하며 한국팬들을 매료시켰다.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내놓은 ‘선구자’에 손수건을 꺼내 든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이번 공연에서 돈 코사크는 ‘주의 기도’, ‘주께서 함께 하시네’, ‘친구를 위한 기도’ 등 종교음악과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추억들’, ‘모스크바의 밤’, ‘기병대 행진곡’ 등 러시아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주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코사크인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한 죽지 않고 살아있다.’ 러시아의 이 오랜 경구는 돈 코사크 합창단으로부터 비롯됐다. 이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한, 우리 모두 역시 죽지 않고 살아있을 것이다. 4월 24일(금) 8시|세종문화회관 대극장|문의 브라보컴 02-3463-2466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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