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명화여행]힙합래퍼UMC/UW가본‘캄머성공원의산책로’

입력 2009-04-21 00: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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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머성 공원의 산책로, 1912, 캔버스에 유채, 110x110cm

내사랑은내가슴을찢고컸다네저길지나면내맘너에게닿을까
내가 산 첫차는 2인승의, 연식이 좀 된 일제 오픈카였다. 어쩌다 그런 구매를 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애완견이든 애마든 일단 만나면 정해진 인연임을 믿고 그럭저럭 살아가게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잔 고장을 일으키던 이 차의 유일한 장점은 지붕을 하늘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자취하는 총각의 외로움이 극에 달한 어느 날, 청주의 플라타너스 길을 드라이브하다가 얻은, 시속 80km로 달리는 정적인 세상의 이미지… 그 10여분 간의 감상만으로도 (폐차의 순간까지) 나의 중고 오픈카는 당당히 소비자를 만족시켰다. 잔상이 모여 나타난, 눈이 아닌 알 수 없는 신경에 축적된 이미지는, 강태공 마냥 시간을 붙들어 화폭에 네모지게 꾸역꾸역 밟아 넣은 클림트의 풍경화들과 닮아 있었다. 으레 제도권의 후원이 든든한 예술가가 만들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작품들은 ‘관능’을 담고 있다. 나라 밥 잘 먹는데 정복의 역사나 계급의식에 관심이 생길 리는 없으니까. 클림트는 르네상스가 밝혀놓았던 황금의 횃불을 들어 21세기로 넘겨주는 역할을 하였고, 이를 위해 에로티시즘을 촉매로 이용하여 자신의 혼을, 또한 당시의 상징주의적 예술경향을 밝게 빛내었다. ‘스토클레 프리즈’와 ‘베토벤 프리즈’의 말미에서 보듯, 클림트가 생각한 역사와 삶의 질곡은 남녀의 황금빛 포옹 한방에 ‘충만’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그와 무관하게 나를 가장 오래 서있게 만든 작품은 하나도 관능적이지 못한 활엽수들만 빽빽한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였다. 아무래도 일상사로서의 자기 삶의 기록들과 일치하는 작품이 없어서였는지, 에로틱한 기억이 별로 없는 인생을 살아온 불쌍한 총각은 풍경화들에 더 끌리지 않았나한다. 작품에서 클림트는, 화폭안의 세상을 가만히 두지 않고 싶어 하는 심술쟁이로 보였다. 모든 사물이 그의 화폭 안에서 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색채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느 한 곳 눈에 힘을 풀고 감상할 수가 없다. 여백은커녕 하늘도 없다! 어떻게 하면 공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의 이미지가 이런 색채의 놀라움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될까? 아마도 클림트는 그가 그려낸 풍경이 자신에게 제공하는 모든 사랑스러웠던 이미지를 작품 하나에 중첩시킨 건 아니었을까. 긴 시간을 두고 만나온 모든 것들은,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로만 정리되어 우리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UMC/UW 는? 힙합래퍼 겸 작사가. 힙합의 흔한 주제인 사랑과 남성성을 뛰어넘어 사회, 정치, 근현대사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서 깊이 있는 가사를 선보인다. 현재 힙합 포털 사이트 hiphopplaya.com에서 라디오프로 ‘Power to the people’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3월 ‘One/Only’2집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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