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날렵해진이동국,돌파력은‘아직…’

입력 2009-07-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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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스포츠동아DB

전문가가평가한‘태극마크의조건’
이동국(30·전북 현대)의 득점포가 연일 불을 뿜고 있다. 12일 K리그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헤딩 동점골을 작렬하더니 15일 FA컵 8강전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에서는 연장에서만 2골을 뽑아냈다. 최근 4경기 연속 골(8골)의 가파른 상승세. K리그(13골)득점선두에 올라 있다. 그러나 골 숫자만 놓고 내리는 평가는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최근 전북을 상대했던 K리그 3개 구단 코칭스태프와 축구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이동국에 대해 입체적으로 분석해봤다.

○몸놀림 UP

전문가들 상당수가 이동국의 몸놀림에 대해 위치선정이 좋아졌고 민첩하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그라운드에서 직접 보니 정말 위협적이었다”는 평도 있었다. 최근 맹활약상의 비결로는 ▲철저한 준비 ▲소속 팀과의 조화가 꼽힌다. 이동국은 작년 성남에 입단할 때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기에는 당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는 독한 마음을 먹고 동계훈련을 충실하게 소화, 팀 컬러에 맞출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 단, 올해 전북이 워낙 막강한 공격자원을 갖추고 있어 이동국의 ‘도우미’가 팀에 넘쳐난다는 점도 최근 득점 레이스에 고려돼야 한다. 혼자만 잘 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는 말이다. 고무적인 점은 이동국의 달라진 정신자세. 전문가들은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진지해졌다. 정신적인 면에서 성숙해졌고, 심리적으로 안정됐다. 확실한 목적의식을 갖고 플레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100%%는 아냐

단점으로 지적되는 제한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렸다. 특히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아직은 더 끌어올릴 부분이 많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라 하더라도 문전 근처에서 수비수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기술은 필수다. 예전의 이동국은 분명 스스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많은 골을 넣고는 있지만 파괴력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 예전의 이동국으로 돌아왔다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보다 돌아오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히딩크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 당시 최종 엔트리 선발을 앞두고 “90분 경기에서 잘 보이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다”고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동국은 여전히 잘 안 보이는 편에 속한다는 지적이다.

○생각을 바꿔라

선수 개개인의 기량 못지않게 팀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조직력이다. 새로 영입 대상에 오른 선수의 개인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감독은 그로 인한 화학작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기량을 떠나 선수가 팀에 녹아들지 못한다면 그 기량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역대 대표팀 가운데 융화력이 가장 뛰어났다고 평가받는 2002한일월드컵의 경우 김병지나 최용수와 같은 고참 선수들이 백의종군하는 자세가 있었기에 수많은 고비를 넘기면서도 막판까지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동국이 대표팀 차출에 열망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플레이 습관은 바꾸기 힘들어도 생각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이동국 스스로 벤치에 앉아도 결코 불평하지 않은 마음 자세가 그래서 중요하다.

▲도움주신 분들 : 이영진 FC서울 코치, 이임생 수원 삼성 코치, 조진호 제주 유나이티드 코치, 박문성 SBS 해설위원, 한준희 KBS 해설위원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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