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포스트게임] 2군감독중용…ML을배워라

입력 2009-07-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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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상원의원 출신으로 권좌에 오른 인물이다.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카터, 로널드 레이건 등은 주지사 출신으로 대통령에 올랐다. 부시와 레이건은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라는 큰 주의 주지사를 역임했고, 카터와 클린턴은 조지아, 아칸소 등 아주 작은 주를 거친 대통령들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었지만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여기서 미국인들의 투표 성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듯하다. 하원이나, 상원의원을 지낸 전문 정치인보다는 주의 행정과 살림을 맡았던 경력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야구 감독에게도 페넌트레이스를 치른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을 선임할 때 고려되는 조건을 보게 되면 다음과 같다. 해고된 경험이 있는 전직 감독, 벤치코치, 마이너리그 감독을 지낸 신예 지도자들이다. 마이너리그는 보통 트리플A 감독을 지낸 인물들이다.

전직 감독은 비록 성적부진으로 해고됐지만 두번째 세번째 기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이다. 성격에 결함이 있다면 별개다.

벤치코치도 감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 때문에 구단들이 이 경험을 우선으로 꼽는다. 콜로라도 로키스가 클린트 허들 감독을 해고하고 짐 트레이시 벤치코치를 감독으로 승격한 이유도 이런 배경이 작용해서다. 트레이시는 전직 감독에 벤치코치를 지낸 터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도 매니 악타를 해고하고 짐 리글먼 벤치코치를 감독으로 올렸다. 리글먼도 감독, 벤치코치를 지낸 지도자다.

현 LA 에인절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다저스의 트리플A 감독을 지낸 뒤 발탁됐다. 원래 다저스맨이었으나 99년 시즌을 마치고 다저스 구단이 아무런 언질이 없자 에인절스가 곧바로 영입했다. 소시아는 현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2군 감독은 어떤 위치일까. 참으로 애매한 위치가 2군 감독이다. 2군도 사실상 장기레이스를 펼친다. 2군 감독도 장기레이스를 운영하는 구상과 계획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경험이 평가받아야 되는 자리다. 구단 입장에서도 차후에 감독을 선임할 때 하나의 후보군으로 2군 감독을 염두에 두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2군 감독의 역할은 매우 미미하다. 1군 감독을 보좌하는 자리에 그친다. 감독의 입김이 강한 구단은 1군 감독이 자리 하나 선처해주는 정도에 그치는 게 2군 감독이다. 국내 실정상 2군 감독이 나름대로 해볼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선수 육성도 애초에 세웠던 구상이 1군 감독의 지시에 따라 모든 게 뒤죽박죽이 돼버린다.

구단 사장과 단장은 처음 취임할 때 2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막상 의도대로 안된다. 성적을 우선시해야 하는 감독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프런트 간부들은 전문성이 결여돼 있어 강력한 구단방침을 펴기도 어렵다. 2군 감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실제는 뒷전인 게 국내 프로야구 실정이다.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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