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베이스볼]국내지도자는‘기술전수’희생양?

입력 2009-07-2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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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코치, 그중에서도 일본인 코치들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코치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구단별 외국인코치 보유 한도를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은 SK의 후쿠하라(오른쪽 끝) 수비코치. 스포츠동아DB

한국프로야구에 외국인 지도자들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사상 처음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고, 각 구단들은 일본인 코치들을 중용하고 있다. 올 시즌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외국인 지도자만 해도 총 9명에 이른다. 이 외에 인스트럭터도 시즌 중에 오가는 상황이다. 한국프로야구는 초창기인 1980년대부터 외국인 코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숫자가 과거와는 달리 크게 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2009년 외국인 지도자 현황

SK가 가장 많다. 올 시즌 가토 하지메 투수코치, 후쿠하라 미네오 수비코치, 이세 다카오 타격코치, 쇼다 고조 2군 종합코치 등 총 4명이나 된다. 모두 일본인 코치다. 이들 중 전반기에 이세 코치는 2군에 내려가고 쇼다 코치가 1군에 올라오는 코치간 보직교환이 단행됐으며, 후반기가 시작된 28일 가토 코치가 2군으로 내려갔다.

삼성은 나가시마 기요유키 타격코치가 활동하고 있다. 삼성은 또한 엔트리 등록숫자 규정에 따라 1군 엔트리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하나마쓰 트레이너에게 2004년부터 코치 직함을 부여해 1군과 동행하도록 했다. KIA는 칸베 토시오 투수코치가 1군 마운드를 책임지고, LG는 다카하시 미찌타케 코치가 1군을 맡다가 전반기 도중 2군으로 내려갔다.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이 데려 온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가 지난해부터 팀 마운드를 지휘하고 있다.

○외국인 코치의 역사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외국인 코치는 도이 쇼스케였다. 한국명 도위창으로 등록되기도 했던 도이는 실업야구 시대부터 한국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1976년부터 80년까지 아마추어 롯데 코치로 김동엽 박영길 감독을 보좌한 그는 1984년부터 롯데 수석코치를 수행했다. 86년 12월 1일부터 87년 1월 9일까지 롯데 감독대행을 맡았고, 1990년 김진영 감독이 해고된 뒤 9월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감독대행으로 게임을 지휘하며 24경기 8승1무15패의 전적을 올리기도 했다. 84-87년, 90-92년 6년간 한국프로야구 코치로 활약했다.

도이에 이어 85년 OB는 내야수 출신의 사노 요시유키(86-87년)를 수석코치로 계약했다. 이어 MBC 청룡은 86-87년 미즈다니 노부히사를 투수코치로 영입했다.

80년대까지는 이들 3명의 일본인 코치 시대였다면 1990년대에는 미국인 코치 시대가 열렸다. 1990년 삼성이 최초로 미국인 고든 디메리트 마티 투수코치와 계약했다. 그리고 1991년 미국인 조 알바레스 코치가 김인식 감독이 지휘한 쌍방울 유니폼을 입었다. 알바레스 코치는 쌍방울(91-92년)에 이어 롯데(93-96년), LG(97-98년)를 거치며 8년간 국내 프로야구에 몸을 담아 역대 최장수 외국인코치로 이름을 남겼다.

90년대에도 OB 나카니시 기요하루(91-92년), 쌍방울 이마쓰 미쓰오(96-97년) 등 일본인 코치들이 있었지만 전체를 통틀어 외국인 코치는 올해 외국인 코치 숫자에도 미치지 못한다.

○외국인 코치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일부 코치는 야구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해 오히려 트러블만 남긴 채 떠나기도 했지만 과거 외국인 코치가 한국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한 측면은 크다.

마티 코치는 국내 투수들에게 투심 패스트볼과 파워커브를 전수한 인물이다. 삼성에서 해임된 뒤 6개월간 쌍방울 인스트럭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쌍방울 사령탑을 지낸 한화 김인식 감독은 “마티는 4시간 가량의 훈련이 끝나면 3시간 가량 빵으로 식사를 때우며 투수마다 꼼꼼하게 차트 정리를 했다. 그런 부분은 지금도 우리나라 코치들이 배워야할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SK 김성근 감독은 “일본 코치들은 전문가가 많다. 같은 투수코치라도 분야가 세분화돼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외국인 코치의 증가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국내 프로야구가 엄청나게 발전했다. 외국인이 국내에 온 뒤 특별한 걸 전수하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내 지도자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프로에서 자리를 잃은 코치가 아마추어로 유입되면 기존의 아마추어 지도자들의 일자리가 박탈된다. 그러다보니 생계형 비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개인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앞으로 외국인 코치가 늘게 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프로에서 은퇴하는 선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감독이나 코치 자리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 코치는 대부분 1-2년간 국내에 머물다 떠난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들이 떠난 뒤의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코치로 인해 젊은 코치가 지속적으로 육성되지 않는다면 한국야구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세계화와 무한경쟁의 시대에 무작정 “외국인 코치는 안 된다”는 주장은 통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인 코치가 지속적으로 늘면 야구계의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팀당 2명씩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제도와 마찬가지로 이젠 외국인 코치도 각 팀마다 보유한도를 두자는 주장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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