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이원석,이악물땐1할…맘비우니3할

입력 2009-09-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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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대 기아타이거즈 경기가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1사 1,3루 두산 이성열 중전 안타 때 득점한 이원석이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1루·2루·3루·유격수까지 내야의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두산 이원석(23)은 이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멀티플레이어다. 13일까지 116경기에 출장해 3루수 39번, 1루수 36번, 2루수 10번, 유격수 7번을 맡았고,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부상당한 김동주를 대신해 3루수로, 잠시 전력에서 이탈한 손시헌을 대신해 유격수로 출장하는 형식이었지만 그는 주전선수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칭찬에 인색한 김경문 감독도 “대형 내야수가 됐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원석이 이토록 단기간 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말을 빌려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프리에이전트(FA)로 롯데에 간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올해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이원석. 내야자원이 넘치는 두산이 그를 선택한 것은 의외였다. ‘이원석은 좌완투수용 트레이드 카드’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3년 동안 몸담았던 구단에서 나와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겨운데 구설수까지 그를 괴롭혔다. 그래서 이원석은 “나의 진가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결심했다.

시즌 초반에는 경기출장 기회도 적었기 때문에 “나갈 때마다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었다. 4월 3할3푼으로 반짝했던 타율이 6월 한 달간 1할대로 뚝 떨어졌다. 그 역시 “시즌 초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큰 것만 치려고 하다가 스윙이 커졌다”고 고백했다.

이원석은 마음을 비우기로 결심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서 구단에 적응했고,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생각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7월 한 달간 타율을 3할6푼까지 끌어올리며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9월 들어서는 4할7푼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12일 잠실 KIA전에서 3회 2사 만루에서 좌측펜스를 넘기는 만루홈런포를 터트리는가 하면, 13일에는 5타수 4안타 2타점의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한 경기 최다안타.

이원석은 “포스트시즌에서 KIA와 맞붙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기려고 마음을 먹었다”며 “욕심 부리지 않고 공을 맞히는데 중점을 뒀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 목표에 대해서는 “규정타석을 채워 3할 타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주전으로 우뚝 선 이원석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더불어 행복함이 깃들어 있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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