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강렬한 피칭 Park!

입력 2009-10-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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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스포츠동아 DB

필리스-다저스 챔피언결정전 1차전박찬호, 7회 실점위기 구원 등판…친정 다저스 중심타선 삼자 범퇴
‘코리안 특급’ 박찬호(36)의 메이저리그 경력에서 이토록 심리적 압박이 심한 경기에서 호투한 적이 있었을까. 1999년부터 박찬호를 취재한 기자의 경험으로는 ‘없었다’였다.

지난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통산 2번째 포스트시즌 출장을 기록했던 박찬호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NLCS)에서 4차례 등판했다. 1.2이닝 투구에 1안타를 내줬고, 방어율은 0이다. 그러나 4경기 등판이 모두 패한 경기였다. 지난 시즌 박찬호의 다저스 불펜에서 위상이었다.

16일(한국시간) 필리스-다저스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후 중계방송을 맡은 TBS와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승부의 분수령이 구원투수 박찬호가 다저스 중심타선을 완벽하게 3자범퇴로 처리한 7회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찬호는 필리스가 5-4로 쫓기는 상황에서 선두타자 안드레 이디어가 2루타로 출루한 뒤 누상에 주자를 두고 다저스의 핵타선이자 우타자 라인과 상대해야 했다. 박찬호의 역할은 스페셜리스트였다.

최소 동점은 내줄 수 있는 분위기였다. 박찬호는 허벅지 부상으로 디비전시리즈 엔트리에도 빠졌고 지난달 17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이후 실전 마운드에는 서보지 못했다. 경기감각이 문제였고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29개)을 기록중인 매니 라미레스로 시작되는 중심타선이라 일말의 불안감에 휩싸였던 게 사실. 박찬호는 1994년 메이저리그에 입문한 이래 기회도 없었지만 포스트시즌 큰 경기에서 한번도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실제 포스트시즌 통산 5차례 등판이 모두 패하는 경기였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박찬호는 라미레스를 볼카운트 2-1에서 3루 땅볼, 맷 켐프는 2-3 풀카운트에서 높은 직구(154km)로 삼진, 케이시 블레이크는 2-2에서 2루 땅볼로 처리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다.

박찬호가 살얼음판 같던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교과서적 피칭이었다. 3타자에게 모두 초구 스트라이크를 구사했다. 그리고 볼카운트를 모두 유리하게 끌고 가면서 타자를 코너로 몰았다. 홈런을 때린 라미레스와는 4개의 볼을 모두 직구로 승부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라미레스보다 경험이 부족한 켐프와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3개 연속 변화구를 던진 뒤 높은 유인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1차전 승리투수는 선발 콜 해멀스이지만 7회말 실점위기를 막은 박찬호가 이날의 수훈갑이라는 데 주저할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그를 내친 친정 다저스였기에 이런 호투가 가능했을까. NLCS 1차전 호투만으로도 박찬호의 오프시즌 몸값은 껑충 뛰었다.

○박찬호=나는 오직 1이닝만을 던지는 투수다(웃음).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은 후 어렵게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렸을 때 더 많은 볼을 던질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타자들과 직면했을 때 난생 처음으로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번 경기는 나의 모든 것에 대한 도전이었다.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돼 기분이 좋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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