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기아타이거즈 대 SK와이번스 경기가 17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렸다. 인터뷰를 마친 기아 조범현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마운드 운영에서 조 감독은 2차전까지 총 5명의 투수만을 사용했다. 긴 안목으로 운영했다. 반면 김성근 감독은 1차전에서 카도쿠라가 5이닝 동안 투구수 73개로 1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2-1로 앞섰지만 먼저 움직였다. KIA 타순이 2바퀴 돌았고, 6회 1번 이용규부터 시작돼 3번째 만남에서 공략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단행했지만 이미 지친 불펜의 핵들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타순에서도 KIA가 효과를 봤다. SK 투수들이 4번 최희섭, 5번 김상현과 정면승부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험 많은 이종범을 6번에 포진시켰다. 1차전에서 4,5번이 볼넷 3개를 고르며 제2의 테이블세터가 돼 이종범 앞에 밥상을 차렸다.
작전도 조 감독이 우세승을 거뒀다. 특히 1차전 8회 1사 1·3루에서 이종범에게 ‘위장 스퀴즈번트’를 지시해 1루주자를 공짜로 2루에 보내며 허를 찔렀다. SK는 2차전 4회 2사 1루서 최희섭 타석 때 야수들을 모두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시프트를 단행했지만 부메랑을 맞고 말았다. 최희섭의 타구는 3루수가 유격수 쪽으로 옮기면서 발생한 공간을 뚫었고, 중견수 쪽으로 이동했던 좌익수가 타구를 처리하는 시간에 1루주자 김원섭이 홈까지 파고들었다.
희생번트에서도 KIA 선수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었지만 SK는 2차전 5회 무사 1루서 김강민이 2차례 연속 파울 후 삼진으로 물러났다. 도루도 KIA는 2차례 모두 성공, SK는 2차례 모두 실패했다. KIA는 SK가 뛸 타이밍을 완벽하게 포착했다.
야구는 결과론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2차전까지만 본다면 조 감독은 한국시리즈까지 기다리며 착실하게 준비를 한 셈이다. 그러나 제자의 공습에 이대로 물러설 김성근 감독이 아니다. 김 감독이 3차전 이후 어떤 묘수와 역공을 들고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